"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어"…중국어 강요 거절한 홍콩 가수
2023-10-15 22:42


이슨 찬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홍콩 인기 가수 이슨 찬이 마카오 공연 도중 "중국어(만다린)로 말하라"는 팬들 요구에 반발하면서 "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거절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찬은 지난 13일 밤 마카오에서 열린 콘서트 도중 일부 팬들이 "중국어로 말하라"로 외치자 처음에는 태국어로 답한 뒤 이어 영어로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과 언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찬은 이어 광둥화(캔토니즈)로 "'중국어로 말해 줄 수 있나요?'가 '중국어로 말하라'보다 낫지 않나?"라며 자신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예의를 갖추면 좋을 것 같다고 응수했다.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영어로 말하라"고 요구한다면 "입 닥쳐"라고 대꾸할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둥화를)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못 박은 뒤 "만일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여기서 노래한다면 그에게 푸퉁화나 광둥화로 말해달라고 부탁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여기서 중국어란 중국의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를 뜻한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중국 남부지방 사투리인 광둥화가 통용된다.

찬의 해당 공연 발언은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지자들은 찬이 홍콩 가수이고 마카오에서 공연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광둥화로 말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캔토니즈가 계속 명맥을 유지하며 탄압되거나 없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홍콩인들은 광둥화를 문화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러나 찬이 광둥화를 구사한 것에 반대하는 이들은 "당신은 대부분의 팬을 존중해야 한다. 당신은 결국 중국 가수다. 당신의 위치를 착각하지 말라. 광둥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팬들이 콘서트장을 다 떠난다면 팬이 얼마나 남아 있겠냐?"고 지적했다.

중국은 '홍콩의 중국화'를 밀어붙이면서 홍콩에서 푸퉁화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아직 홍콩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광둥화로 수업하지만, 홍콩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와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많은 학교가 푸퉁화를 교과목으로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에는 광둥화 보존을 목적으로 2013년 만들어진 단체 '홍콩어학'(港語學)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자 자진 해산했다.

한편, 이슨 찬은 종종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월에는 그의 소속사가 중국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토 콘서트 파트너 업체가 당국에 공연 신청을 하면서 정치적 발언으로 유명한 작사가 앨버트 렁의 이름을 다른 이로 대체해 검열 논란이 일자 해당 업체와 절연했다.

찬의 많은 히트곡을 작사한 렁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고 특히 영국으로 망명한 민주 활동가 네이선 로를 지지해 친중 진영의 반발을 샀다. 관영 중국중앙TV(CCTV)도 찬이 로를 지지한 것에 반감을 표한 바 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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