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입지가 좁아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민생 협치’로 정치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무 복귀에 맞춰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하면서다. 내년 총선 결과에 정치 생명을 건 김 대표가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민생을 챙기는 책임 있는 여당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협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민생 드라이브’를 통해 쇄신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이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열던 고위당정협의회를 정기적으로 매주 1회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김 대표는 이날 당무에 복귀하는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당무복귀를 환영한다”며 “(이 대표가) 복귀하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한 데 대해 더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민생 현안을 국회가 풀어가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생 국회가 되도록 여야 대표 민생협치 회담을 제안한다. 언제 어디서든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회동 제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월 김 대표가 이 대표에게 식사회동을 제안했으나 이 대표는 “밥 먹고 술 먹는 것은 친구분들과 하라”며 정책 대화를 요구했고, 이 대표가 민생 현안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해야한다고 재차 주장한 뒤 흐지부지 됐다. 지난 3월 김 대표가 취임 기념으로 이 대표를 예방했을 때 이후 만난 적 없는 상태다.

앞서 정부여당은 이 대표를 ‘범죄 피의자’로 규정한 뒤 논의 대상에서 배제하며 거리를 뒀다. 정부여당의 메시지 기조가 바뀐 것은 이 대표에게 ‘범죄 피의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도부 내 지적 때문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5월 때 제안과 이번 제안은) 결이 다르다”며 “5월엔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기 위한, 일단 만나는 데 의미를 두는 회담이었고 이번엔 주고 받겠다는 것이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회담”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변함 없지만 그 시각이 지난 재보궐 선거 때 통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여당이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양보할 것이 있으면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김 대표는 최근 지도부로부터 ‘이재명을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뒤 메시지에서 이 대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중심으로만 여야 관계를 정립하려 했던 것이 되려 역효과를 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셈이다.

하지만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여당 대 야당’ 구도를 노리는 국민의힘 의도와 다르게 이 대표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고수한다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첫 당무 복귀 일정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국정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며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되어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실상 여야 난맥의 열쇠는 이 대표가 쥐고 있다”며 “여당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