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반복되는 ‘회동 공염불’…민생 명분삼아 정국 주도권 경쟁 고삐 [이런정치]
2023-10-24 09:5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생·협치를 내세우며 회동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는 영수회담을 주장해 온 가운데, 최근 김 대표가 여야 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고 이 대표는 이를 다시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 회동’을 역제안한 상황이다.

‘주거니 받거니’ 회동 제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야 셈법이 서로 달라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대신 민생을 고리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정쟁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다. 회동이 불투명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 출범 등 당 쇄신 작업에 돌입했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복귀와 함께 장외집회 등 대여 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대표 간 회담, 또는 여야정 3자 회담 등 만남의 방식을 둘러싼 입장차로 회동 성사를 점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날 당무에 공식 복귀한 이재명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한 테이블에서 대화하는 여야정 3자 회담을 제안했다. 이는 전날 김기현 대표가 민생 협치를 위한 여야 회동을 제안한 것에서 대통령을 회동 주체로 추가해 역제안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이 같은 3자 회담 제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야당 무시가 굉장히 심각했던 상황이고 정치실종, 정치가 복원돼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렇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민생과 정치복원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선 김기현 대표와의 양자 회담보다는 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역시 민생을 다뤄야 할 시급성에는 동감하면서도, ‘당정 일체’로 일컫어질 만큼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가 긴밀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직접 등판’을 요구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직후 윤 대통령을 향해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3자 회담까지 총 9번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3자 회담을 요구한 것은 김기현 대표에게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을 주선해달라는 역할을 준 것”이라면서 “김 대표와의 일대일 회동은 큰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차라리 (이 대표가 제안했던) 공개토론이 효과적인데, 그건 김 대표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전임 정부에서도 문 전 대통령과 당시 홍준표 여당 대표와 딱 한 번 회담이 이뤄졌고, 영수회담은 실제로 수월하게 이뤄지는 만남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대표가 여러번 회담을 제안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기조 변화가 있어야 협치 물꼬가 트이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3자 회담을 역제안하자 “아쉽다”고 평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막혀있는 국회, 어려운 민생을 진정 생각한다면, 복귀한 이재명 대표가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면서 “순방 중인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이 먼저이어야 할 여유를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도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회담과 관련한 민주당 주장을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모 최고위원이 여야 대표 회담과 관련해 ‘바지 사장’과 만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여당 패싱을 노골적으로 밝혔다”면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여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정쟁을 위한 도전장이지, 협치를 위한 초대장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어떤 형태로든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다음주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나설 예정인 만큼 이 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식 만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속해서 영수회담 등을 요청해 온 만큼 만남이 불발되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더욱 부각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핵심 이벤트가 영수회담인데, 대통령으로서는 무조건 이득인 상황에서 이를 받지 않는다면 불통 이미지가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번 주말 이태원 참사 추모제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현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대정부 투쟁 메시지가 강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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