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야유·고성’ 없는 국회?…‘이제서야’ vs ‘과연 얼마나’ [이런정치]
2023-10-24 17:29


21대 마지막 국감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측 의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철회 피켓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여야가 국회에서 피켓 부착, 상대 당을 향한 야유와 고성 등을 자제하기로 24일 합의했다. 그동안 여야가 극단적인 대결 정치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양산하고, 잦은 회의 파행으로 민생보다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커진 가운데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자정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늦었지만 이제서라도 양당 합의를 환영하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과연 언제까지 이 같은 ‘신사협정’이 지켜질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어제(23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남을 가졌고,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 피켓을 부착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본회의장에서 고성이나 야유하지 않는 것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있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감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회의장에 들어가고, 그로 인해 회의 파행이 반복적으로 있었다”며 “앞으로는 본회의장이든 상임위 회의장이든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성과 야유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플로어에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가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피켓 부착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올해 국정감사에만 유효한 것인지, 또는 계속 유지되도록 제도화할 계획인지 물은 기자 질문에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다. 이걸 법이나 규정을 만들 수도 없고, 서로 합의된 것이니 앞으로 어떤 상임위나 본회의가 열릴 때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답했다.

여야 원내대표의 이번 합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국민 비판을 의식해 이를 자제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앞서 양당은 피케팅과 야유, 고성 등으로 잦은 국회 파행 사태를 빚어 왔다. 지난 10일 국방부 국정감사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야당 피케팅과 이에 반발한 여당 불참으로 파행됐고, 17일 KBS 국정감사도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의 사장 후보자 임명 제청을 비판하는 야당 피케팅으로 시작한지 30여분 만에 중단된 바 있다.

본회의에서 진행되는 각종 연설에서도 고성과 막말이 자주 오갔다. 지난 6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거론하며 “땅 대표”라는 등 야유를 퍼붓어 소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울러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체포동의안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 등에 대한 체포안 청구 사유 등을 발표할 당시 야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한동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신사협정의 유효기간이 길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오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당일 분위기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첫번째 국회 시정연설 당시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이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민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극한 대립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국회 관계자는 “양 원내대표 간 양당 관행을 정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면서도 “국감은 이제 중반을 한참 지나 끝으로 치닫고 있고, 국회에서는 예산과 법안 처리가 남았으나 연말께 양당이 ‘총선 모드’로 돌입하면서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뚜렷한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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