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고성 금지’ 신사협정 뒤, 法강행처리-필리버스터 예고…멀고먼 협치 [이런정치]
2023-10-25 10:00


국회의사당 앞 정지 표지판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종반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11월 국회에서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다.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겠다고 한 상황이라 법안 처리 과정에서 수일 간의 대치 정국이 전망된다. 여야가 국회에서 피켓과 고성·야유를 몰아내기로 합의한 ‘신사협정’이 무력하게 진정한 협치의 가능성은 계속해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달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각각 지난 4월과 6월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넘게 계류하자 국회법을 적용해 소관 상임위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법사위를 넘어 본회의에 직접 올린 것이다.

그동안 본회의 상정 권한을 가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상정을 미뤄 왔으나, 민주당 측은 수차례 협상에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며 11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상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이) 진행하시기로 결정을 내리셨다. 본회의에 올리기로 한 건 여야 합의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이에 대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9일 필리버스터를 개시할 경우 여야는 최장 4박5일 간의 본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 위한 ‘종결 동의’는 동의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179명)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4개 법안에 각각 필리버스터가 신청될 경우,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강제 종결’이 네 차례 반복되면서 닷새가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여야는 ‘장기전’을 피하기 위해 4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한 건에만 신청하고 종합 토론하는 방법도 논의했으나 국민의힘 측은 우선 건마다 진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여당이 건건이 다 하겠다 해서 하는 수 없이 5일이 필요하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1대 마지막 국감이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측 의원들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철회 피켓팅을 하자, 이에 항의해 여당측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같이 여야가 정면 충돌을 예비하고 있는 상황은 같은 날 여야가 “국회에서 피켓 부착과 고성 및 야유를 금지하겠다”고 합의발표한 ‘신사협정’과 크게 대비되면서 비판을 낳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각 당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내 막말과 고성, 손 피켓과 피켓부착을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야가 극단 대결 정치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에 ‘정치 혐오’를 양산하고, 반복되는 회의 파행으로 민생보다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총선을 앞두고 자정 노력을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정치문화 개선을 발표하고도 실질적으로는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면서 표면상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9일 노란봉투법·방송3법이 장시간 필리버스터 끝에 강행처리된다고 해도 대통령실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유력하게 전망되는 만큼, 여야 협치 실종의 대표적인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장 얼마 안 남은 국감이나 대통령의 오는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이어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정도에서 고성과 야유가 사라지는 정도 단기적 효과만 있을 것”이라면서 “실제 중요한 법안처리 과정의 개선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양당이 총선 모드로 본격 돌입하면서 고성과 야유가 아니더라도 상대당을 향한 비방과 대치는 지금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텅 빈 국회 본회의장 [연합]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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