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 [남현희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2)가 전 연인인 전청조(27) 씨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된 결정적 증거는 휴대전화 메시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자신을 'P그룹 회장의 혼외자'라면서, 재벌 아버지인 A회장이라며 남씨에게 직접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남씨는 '촉'은 여러번 왔지만 '증거'가 없었고, "악마인데 악마가 아니길 바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27일 스포츠조선은 남현희와의 인터뷰와 함께 그가 전씨의 아버지라고 밝힌 이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현희는 지난 8월25일 'A회장'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혼외자라 주장해온 전씨가 사칭한 가짜 회장이었다.
메시지에는 '반가워요, 저는 청조 아버지 되는 사람 전○○이요. 아들 녀석이 연락이 안되더군요. 회사 일로 연락해야 하는데 아들이 부재중이니 급하게 연락드리네요. 아들을 깨워주면 좋겠어요. 부탁 좀 드리겠어요. 급하네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A회장은 남현희에게 말을 놓으며 그를 '며느리'라 칭했다.
A회장은 '청조가 나와 어릴 적부터 떨어져 살아왔네. 며느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천재적인 놈이야', '오늘 시간이 되는가? 보고 싶네. 내 첫 며느리 아닌가'라며 남현희를 며느리라 불렀다.
그러면서 결혼식과 남현희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회장은 '혼인은 언제 할 예정이니? 빠르면 좋겠구나. 아이가 어여쁘던데 필요한 게 있으면 아버지에게 얘기해주렴. 며느리도 필요한 게 있다면 얘기해주렴', '혼인도 10월에 마무리 짓거라. 청조랑 호칭 정리도 하고, 아이도 아빠라고 부르게 하렴. 둘째도 10월에 준비했으면 하는구나. 아들 통해서 용돈 보내마'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전씨가 남현희에게 자신이 '재벌 3세'임을 믿게 하려는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남현희는 A회장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말투가 어색하다'는 생각을 하긴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남씨는 전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그와 지내던 시그니엘에서 짐 정리를 하다가 이것이 전씨의 자작극임을 깨닫게 됐다. 둘만의 통화를 위해 사용하던 전씨의 '세컨드' 휴대폰을 확인했기때문이다.
남현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만드는지"라며 눈물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믿고 싶었고 믿으려고 했던 것 같다. 악마인데 악마가 아니길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말해줘야 할 것 같았는데 그게 안 보였다. 잘못된 게 뭔지 안 보였다"고 털어놨다.
남현희는 "그의 돈은 탐나지 않았다. 저를 너무나 좋아해 주고 정말 잘해줬다. 아카데미 사업도 주도적으로 나서줘서 좋았다. 학부모들도 반하게 하는 매력, 마력 같은 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심 가는 건 많은데 뭐가 하나 걸려야 '너 이거 안돼, 이렇게 살면 안돼'라고 말이라도 하는 데 걸리는 게 없었다. '촉'은 여러 번 왔다. 그런데 증거가 없었다"고 했다.
남씨는 전청조에게 마지막으로 "너 성격도 좋고 매력도 있고 마력도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왜 그렇게 사니? 예쁨 받으며 살 수 있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남현희는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37)과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뒀으나, 12년 만에 이혼을 발표했다.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 23일 남현희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씨와의 재혼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보도 이후 전씨의 거짓 성별, 사기 행각 등이 보도돼 논란이 일었고, 이틀 만인 지난 25일 두 사람은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와 결별 후 전씨는 지난 26일 새벽 남현희 모친의 집에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 경찰에 스토킹 혐의로 현행 체포됐다가 이날 오전 석방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전씨는 주민등록상 '2'로 시작하는 '여성'임이 드러났고, 남현희 가족과 시그니엘 이웃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사기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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