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모드’ 국회로 넘겨진 연금개혁…尹 “정치적 유불리 계산 않겠다” [이런정치]
2023-10-30 10:36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정부가 보험료율(내는 돈)·소득대체율(받는 돈) 등 국민연금 개혁 핵심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국회로 공을 돌리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블랙홀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총선을 코앞에 둔 여야가 표심에 부담이 되는 연금개혁 방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알맹이 없는 정부안을 비판하며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구조개혁 방안이 뾰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수개혁(숫자) 논의를 구체화하는 것이 부담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의 난항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연금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정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맹탕’이라는 비판에 대해 “연금개혁은 뒷받침할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연금개혁의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오는 31일 국회로 제출될 예정이다. 앞서 정부안에는 구체적인 보험료율이나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안을 담지 않아 ‘맹탕’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당초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8%로 올리거나, 소득대체율 유지 또는 인상 등 방안을 권고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으면서다.

대신 보건복지부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확정기여 방식’ 등 구조개혁 방안을 꺼내들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모수 개혁은)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게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거리를 둔 상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정부가 국회로 공을 넘긴 만큼 일단 여야는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 구체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회는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연금특위 활동기한을 내년 5월까지로 연장하는 안을 의결해야 한다. 다만 정치권이 국민 대다수의 ‘내는 돈’과 ‘받는 돈’에 칼을 들이댈 경우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면서 총선을 앞둔 여야 부담감이 논의 진전을 막을 것이란 회의론이 나온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로 제출된 정부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논의되는 것이 먼저”라면서 “정부안과는 별개로 연금특위에서는 민간자문위원회의 최종안 발표를 기다리고 있고, 이후 공론화조사 등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위 최종안은 오는 11월14일 연금특위에 제출이 예정돼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을 “무책임하다”고 평가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연금특위 간사는 통화에서 “연금개혁 논의 시작 단계에서는 논의 동력을 초반부터 잃을 수 있기에 구체적인 모수개혁 숫자가 나오는 것을 지양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최종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면서 연금특위에서 공론화조사 등을 통해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정부가 (종합운영계획에서) 18개 시나리오만 제시한 뒤 국회에 넘겼다”면서 “이 어렵고 중대한 연금개혁에 정부가 나서지 않고 국회와 국민에게 모든 공을 떠넘긴 것이다. 정부 역할을 포기한 ‘무정부 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당은 구조개혁 없는 모수개혁이 오히려 “기금고갈을 고작 몇 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손질에 소극적인 상태다.

여당 연금특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구체적으로 숫자를 제시하기 어렵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찔끔’ 모수개혁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적립식’ 연금에 대한 논의 등 구조개혁을 이뤄내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