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로봇까지 한화가 배 만드니 다르네…“공장 아니고 도시입니다” [그 회사 어때?]
2023-10-30 17:06


지난 2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중연료추진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선주에게 인도를 앞두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지난 27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1도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석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조선업은 우리나라 수출산업으로서 중요하고, 고용창출로도 굉장히 중요한 산업입니다. 이런 조선소가 언젠가는 우주로 향하는 초대형 스페이스 셔틀을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7일 만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장(사장)의 말에는 ‘K-조선’에 대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요새처럼 느껴졌다. 거제사업장 총면적만 490만㎡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1.67배 달한다. 축구장 686개를 합친 것과 같은 규모다.

이곳에 협력사 직원을 포함 현재 약 2만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구가했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5만여명까지 일하기도 했으니, 거제소선소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의도 면적 1.67배’ 거제사업장, 초대형 스마트 야드로 변신 중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지난 1973년 대한조선공사의 옥포조선소로 출범한 이후 대한민국 조선업 성장의 요람 역할을 해왔다. 1993년에는 글로벌 선박수주 1위 달성의 중심에 섰고, 대한민국 최초로 전투 잠수함이 건조된 곳이기도 하다.

거제사업장은 지난 5월 한화그룹 일원으로 편입한 이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미래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스마트 야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장(사장)이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양대근 기자

스마트 야드의 3가지 열쇠는 연결화·자동화·지능화다. 이날 방문한 디지털 생산센터는 스마트 야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설립됐다. 공항의 관제탑처럼 거제사업장 곳곳을 디지털화된 정보로 한 눈에 파악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신속히 제시하도록 설계됐다.

센터에서는 직원 시연에 따라 조선소 곳곳의 작업 현황이 스크린에 띄워졌다. 조립부터 도장, 진수, 시운전 현황까지 모든 선박 건조 진행 상황이 화면 안에 담겼다. 공정별 작업 현황부터 건조 중인 블록의 실시간 위치, 활용 가능한 적치공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와 해상에서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고 원격으로 문제를 진단하는 ‘스마트 시운전센터’가 핵심이다.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드론을 적용해 현장 모니터링 정보를 수집하는 부분도 관심을 모았다. 드론은 하루 2회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며 블록 적치장을 촬영한다.

권순도 한화오션 스마트야드연구팀장은 “(거제사업장은) 공장보다는 하나의 도시에 가깝다”면서 “사람과 경험 중심의 전통적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자동화 생산방식과 데이터로 일하는 스마트한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연구원이 무레일 EGW용접장치에 대한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디지털 생산센터가 연결화·지능화를 담당한다면, 용접로봇은 자동화의 핵심축으로 분류된다. 용접은 선박 건조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통상 선박 1척 당 2000개에서 1만개의 용접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숙련공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화오션이 이날 선보인 탑재론지 용접로봇은 사람이 직접 용접 작업을 하기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도 스스로 철판을 이어 붙인다. 숙련도가 낮은 작업자도 쉽게 로봇을 조작할 수 있어 인력난을 겪는 조선업계에 핵심 장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용접을 하는 것보다 결과물이 매끈해서 따로 그라인딩(용접살을 갈아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탑재론지 용접로봇을 비롯해 한화오션이 개발해 용접 및 가공 등 공정에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총 80여개에 달한다.


한화오션의 탑재론지 용접로봇이 자동 용접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친환경·디지털·미래에너지 접목…신기술 개발 ‘열쇠’

한화오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의 근간인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도 거제사업장에 위치해 있다. 두 곳 모두 한화오션이 업계 최초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LNG를 비롯해 암모니아, 액체이산화탄소 등 친환경 에너지의 화학적 움직임을 연구한다. 지난 2015년 전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은 LNG를 사용해 실제 운항과 동일한 ‘극저온 시스템’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국내 조선소 중 처음으로 극저온가스 취급 인증을 받아 자체 개발품의 성능시험과 기술 검증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 재액화 장치’도 이곳에서 실증이 이뤄졌다. 이 장치는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 운반선에 적용돼 LNG운반선 제작의 표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슬로싱 연구센터 내에 설치된 모션 플랫폼의 모습 [한화오션 제공]

다음으로 찾은 슬로싱 연구센터는 미래 친환경 선박의 핵심인 화물창 내부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곳이다. 슬로싱은 용기의 움직임에 따라 내부에 있는 액체가 출렁이는 현상을 말한다. 화물창 내부에 있는 연료가 선박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며 벽면에 충격을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화물창이 파손돼 연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한화오션 슬로싱 연구센터는 화물창 파손을 예방해 선박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최적의 연료 운송량을 찾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가운데 모션 플랫폼 기기는 슬로싱 연구를 위한 핵심 장비다.

모션 플랫폼은 설정된 실험조건에 따라 스스로 실험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탑재돼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한화오션은 지난 2004년 부산대에 슬로싱 센터 공동연구소 설비를 구축했고, 거제사업장에는 2019년에 관련 실험 설비를 도입했다.

LNG 선박 4척 동시 건조 ‘눈길’…선주들도 ‘엄지 척’

이날 외부 현장에서는 단연 제1도크가 눈에 들어왔다. 1도크의 규모는 약 7만㎡(축구장 8개 크기)로 단일 도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조시설이다. 이곳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었다.

거제사업장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로, 4척의 배값을 합하면 1조원이 훌쩍 넘는다. 불과 1년전만 해도 1도크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초대형 유조선이 주로 건조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현재 한화오션의 선박 수주잔량 99척 가운데 LNG운반선만 65척으로, 전체 수주잔량 중 66%에 달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LNG운반선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보다 수익률이 높다”면서 “(1도크는) 거제사업장이 이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 높은 선박 건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및 자동화 건조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 발표에서 친환경 스마트십 개발 및 스마트 야드 구축에만 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에 수많은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의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고객의 입장에서 안전한 항해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최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양사가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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