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비트코인, 세계에서 어느 나라·기업이 많이 들고 있을까? [투자360]
2023-10-31 17:00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주춤한 증시와 달리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일주일 새 20% 넘게 오르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분기 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현하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에도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최근 상승세에 힘입어 비트코인을 추가로 더 사들여서 가격을 끌어올릴지, 물량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지 주목된다.

▶“땡큐, 비트코인”…코인 투자로 기업 주가도 ‘들썩’=31일 비트코인 보유 기업 현황을 보여주는 사이트 ‘비트코인 트레저리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현재 비트코인 15만8245개(약 52억5969만 달러 상당)를 보유, 전 세계 상장 기업 중 1위다. 미 MIT대 출신인 마이클 세일러 회장은 2020년 8월부터 비트코인을 꾸준히 사들였는데, 지난달에 추가로 매수한 규모만 5445개에 달한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워처구루는 최근 비트코인 급등세에 따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미실현 수익 규모가 6000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세일러 회장은 여전히 “비트코인이 금보다 우수한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8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기관 자금 수십억달러가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ETF가 상장되더라도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비트코인 프록시(대리인)로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암호화폐 업계의 스포츠카이고, 비트코인 현물 ETF는 대형 유조선(super tanker)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보유 상장 기업 3위인 테슬라는 5개 분기 연속 비트코인을 팔지도 사지도 않고 있다. 현재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9720~1만725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2월 현금 자산으로 15억달러(약 1조97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는 “보유한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시 가격 폭락을 이기지 못하고 대거 처분에 나선 바 있다. 테슬라가 보유하던 비트코인의 75%를 처분하자 시장도 출렁였는데, 당시 머스크는 “향후 비트코인 투자에 열려있는 만큼 이번 매각을 비트코인에 관한 평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밖에도 비트코인 체굴업체인 마라톤디지털홀딩스도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다음으로 비트코인(2위·1만3726개)을 많이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에 힘입어 주가도 23·24일(현지시간) 2거래일 연속 11%를 웃도는 강세 랠리를 펼쳤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5위·9000개)도 주가도 지난달 말 70달러 선까지 내줬다가 지난 24일 82달러까지 올랐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 역시 이달 비트코인이 2만7000달러 안팎을 오갈 때 350달러를 넘지 못했으나, 비트코인이 3만달러선을 안착하자 주가도 400달러대를 돌파했다.


▶“코인 보유 1위 미국”…대부분 압수 물량=코인업계는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매매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비트코인 보유 1위인 미 정부를 포함해 각국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가격 시세도 영향받을 수 있어서다. 미국을 포함한 6개 국가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2.15%(45만1968개)에 해당하는 규모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주로 해커나 랜섬웨어 범죄자들에게서 압수한 자산으로 분류해 투자 목적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정부(20만7189개)는 정부, 기업을 통틀어 전 세계 1위다. 2위인 중국(19만4000개)의 물량도 상당하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4만6351개), 엘살바도르(2381개), 핀란드(1981개), 조지아(66개) 순으로 컸다. 미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사이버 범죄자들이나 다크넷 시장에서 압수한 물량이다. 법무부나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관리 중이며 앞서 약 2만개의 비트코인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한 만큼 각국 정부들이 물량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 시세를 크게 고려치 않는다고 보면서 비트코인을 달러화로 바꾸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차익 실현이 목적도 아니고 압수한 재산을 정리하는 법적 절차 차원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기부 목적으로 모은 비트코인 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금융망이 막히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코인 지갑 주소를 소셜미디어로 알려 66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국경을 넘어 전송·환전할 수 있고 물리적 도난·사고 위험도 낮은 안전자산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꼽힌다.

전문가들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으로서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를 견인한 배경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 영향이 가장 크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의 투자 수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중동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뿐만 아니라 달러의 위상도 흔들리면 전통 화폐의 대체재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이 주목받는다는 분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블랙록 CEO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직후에도 직접 방송에 나와 금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고까지 언급한 바 있다”며 “전쟁이나 경제 불안정이 발생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한다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부각된다. 또 다극화 시대에 달러의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이 달러의 빈틈을 파고드는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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