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터널 빠져나온 수출...변수는 외풍
2023-11-01 11:35


반도체 생산 현장 [헤럴드경제DB]

우리 수출이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13개월만에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전날 산업동향에 이어 수출까지 플러스 전환에 성공하면서 경기 지표는 정부가 강조해온 ‘상저하고’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은 점과 중동 지역 전쟁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부분은 하방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또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회복세는 미약해 전반적 수출 회복세에 탄력이 붙어 국면 전환이 이뤄질지 수 있을지는 아직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7.8%)부터 올해 10월(-3.1%)까지 15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월별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5월(-36.2%) ▷6월(-28.0%) ▷7월(-33.6%) ▷8월(-20.6%) ▷9월( -13.6%) 등으로 간격이 줄고 있다.

반도체 단일 품목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1분기 저점 이후 회복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메모리 감산효과 가시화, 스마트폰 신제품과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추세 등에 따라 수급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달 현물가격과 고정가격이 상승하며 가격 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향후 수출 개선흐름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수출의 또 다른 핵심 축인 대(對) 중국 수출도 지난해 6월(-0.8%)부터 올해 10월(-9.5%)까지 17개월째 감소세지만 감소율은 연내 가장 낮은 한자릿수로 축소됐다. 지난 1월 92억달러까지 떨어졌던 월 수출액은 10월 110억달러를 기록, 석달 연속 100억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총수출 중 대중국 수출 비중도 23%에 달한다.

반도체 및 대중국 수출이 늘면서 수출이 13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얘기다. 반도체 수출과 대중국 수출은 연관도가 높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2012년 13.3%에서 2022년 33.4%로 20%포인트나 급상승했다. 반도체 단일 품목이 대중 수출의 호황과 부진 여부를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회복 없이는 기본적으로 ‘수출 플러스’ 달성이 어려운 여건이다.

최근 들어서는 수출 회복의 긍정적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시황의 점진적 회복은 최근 발표된 주요 기업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며 영업손실 규모를 전 분기보다 줄였고, D램도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지난달 26일 공시했다.

내년까지도 세계 수출 환경이 제한적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돼 뚜렷한 수출 증가 반전이 가능할지는 아직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와 관련 수출입 동향 분석 자료에서 “2023년 4분기는 향후 장기 추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 4분기 및 내년 중 월 수출액 실적에 따라 장기 추세의 상승 혹은 하락세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격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폭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체 수입액에서 원유, 석탄, 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20%가 넘는 한국의 무역수지에는 부담 요인도 커지게 됐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