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경기도를 서울에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동영상을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여권발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고심에 빠진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천공 배후설’을 꺼내든 지도부에 적잖게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민주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 등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수도권 민심을 고려해 당의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않고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칫 역술인과 관련한 주장이 정쟁으로 흘러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역술인 천공이 서울과 경기도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천공이 지난 8월26일 해당 주장을 언급한 강연 영상을 재생하고 “설마 했는데 또 천공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최고위원은 “왜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되는 해괴한 정책과 천공의 말은 죄다 연결돼 있을까”라며 “이번에도 천공이 무슨 말을 했을까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역시나 천공이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무속인을 철석같이 믿고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에서 천공은 “경기도는 전부 다 서울의 중심 에너지를 물고 다 살아 나가는 데라서 전부 다 수도 서울로 통폐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렇게 불쑥 뜬금없이 중요한 사안을 던진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면서 “윤석열 정권에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천공을 보면 된다는 시중의 얘기가 다시 떠오른다”고 비꼬았다.
신영대 의원도 “총선 전략마저 천공 지령인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들이 (천)인(공)노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천공 배후설’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메가시티 서울론’ 프레임에 무대응으로 기조를 잡은 상황에서 엉뚱한 논란으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은 최고위에서 여권 공세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대응을 자제하기로 하는 방침을 공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공 언급이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뚜렷한 찬반 입장 없이 물밑에서 수도권 여론 추이를 면밀히 살피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총선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여당의 이슈몰이에 적극 호응할 수도 없고, 섣불리 반대했다가 자칫 편입 대상 지역을 중심으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대응하면 역효과가 난다. 무대응이 방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민주당은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 논평도 자제하고 있다. 당은 이슈마다 논평을 통해 선명한 입장을 밝혀 왔지만,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에 대해선 수일간 한 차례도 논평도 내놓지 않는 것은 의도적이라는 평가다.
이재명 대표는 관련 언급을 피하며 이슈 과열을 막으려는 모양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지역구에 따라 당내에서도 입장 통일이 쉽지 않은 이슈이고, 국민의힘이 급하게 짠 프레임에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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