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다가오는데 날씨 역주행…서울, 116년 만의 ‘더운 11월 아침’ 갱신
2023-11-02 10:03


지난달 29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서울이 ‘역대 가장 더운 11월’ 기록을 116년 만에 갱신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기준 오전 4시 기온은 18.9도였다. 전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 17.2도에 이어 연일 오른 온도다. 앞서 11월 가장 높았던 최저기온 기록은 1907년이었다.

통상 ‘겨울 초입’이라 불리는 11월이지만 기온은 오히려 10월보다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기상청 기온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 최저기온은 지난달 19일 14.9도였다가 이튿날 7.2도로 급격하게 내린 뒤, 22일에는 5.4도까지 떨어졌다. 이후로는 9~12도 사이를 오가다 오히려 11월에 들어서면서 10도대 후반까지 올랐다.

서울시 평균 기온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10월 중순인 지난달 21일 10.4도까지 내렸던 평균기온은 25일께 17.2도, 전날 19도까지 올랐다. 10월 중순께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왔다’는 말이 나왔던 것이 무색하게, 연말이 가까워짐에도 기온이 오히려 오르는 추세인 것이다. 이 같은 ‘더운 가을’ 현상은 11월 들어서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3개월 날씨 전망에서 11월에 이상고온이 발생할 확률을 40%로 내다봤다.

뜨거운 바닷바람이 장악한 11월 한반도

지난 10월 1일부터 지난 1일까지의 서울 기준 최저·평균·최고기온 [연합]

한반도 가을철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북쪽의 차가운 공기는 현재 세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남쪽에는 고기압이 자리하면서, 바다로부터 따뜻한 공기층을 우리나라로 계속해서 유입시키고 있다. 다만 북쪽에도 차고 건조한 바람을 품은 고기압이 위치해 있지만, 우리나라 기온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계 구조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서순환이 강해, 북쪽의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오는 5일까지 평년보다 5~8도가량 기온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반도 날씨는 평년보다 후덥지근한 남쪽 바닷바람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는 10월을 지나 11월까지도 높아진다. 해수면 온도는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상태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높은 현상을 이르는 ‘엘니뇨’가 3년 만에 발생한 탓이다. 엘니뇨는 지난 여름 제6호 태풍 ‘카눈’과 폭우 등 장마전선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길어진 여름 영향 계속…겨울 22일 짧아져

지난 1일부터 오는 11일까지 기온 전망. 오는 5일까지는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진 영향이 11월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천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온난화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늘어나는 흐름은 확실해진 상태다. 21세기 말에는 한 해의 절반인 170일 정도까지 여름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길어진 여름 기후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상청이 100여년 간의 우리나라 기후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한편 이상 고온은 올해 내내 계속됐다. 지난 9월 한반도 평균 기온은 22.6도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4일에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9월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여름 평균기온 역시 24.7도로,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더웠다. 7월과 8월 평균기온은 각각 평년 대비 0.9도, 1.3도 높았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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