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속 인도·아랍-말레이·중국·한국 타운[함영훈의 멋·맛·쉼]
2023-11-02 15:02

[헤럴드경제(싱가포르)=함영훈 기자] 싱가포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방역과 안전 등에 대한 한국과의 강력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쌍방교류형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정)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이다.

많은 면에서 우리와 닮았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1인당 GDP, 세계 최상위권 ICT 시스템, 예의 바르고 친절한 국민, 첨단기술과 생태자연을 적절히 조화시킨 여행자원의 발굴과 개발 등에서 그렇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은 선진국이면서도 친절하고 겸손한 품성, 동·서양 많은 손님들에게 차별없이 응대하는 다문화 존중 풍토, 그리고 한국인들이 가면 더욱 마음 푸른한 한류 열기가 높은 나라라는 것.


싱가포르 리틀 인디아


싱가포르 아랍스트리트


싱가포르 탄종거리에 늘어나고 있는 한국 상업시설

트립닷컴이 후원하는 싱가포르 국제여행박람회(ITB) 취재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이번에는 다양한 문화의 공존 현장을 탐방했다.

매주 무늬가 바뀌는 싱가포르 교통카드로 다녀보았다. 대중교통은 물론 편의점 결제 까지 할 수 있어, 잔금이 남은 채 귀국하면 어쩌나하는 기우(杞憂) 조차 없을 정도로 쓰임새가 다채롭다.

특히, 싱가포르 교통카드는 그토록 많이 돌아다녔는데도 금액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 환승시간이 짧고, 거리가 멀지 않은 구간을 서너번 타고 내려도 1000원 안팎 밖에 줄지 않는다. 대중교통 여행가들의 천국이다.

20달러(1만8000원)를 충전했는데, 대중교통 10여회를 타고도 금액이 70%나 남아, 하는 수 없이 남는 충전액으로 편의점에서 맛있는 현지 열대 과일 말랭이와 맥주를 사먹었다.


대중교통의 천국, 싱가포르 메트로 노선도

싱가포르에서 세계 각국 문화를 구역별로 경험한다. 현대 싱가포르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오차드 거리, 인도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는 리틀인디아, 아랍 및 말레이-인니문화 거리, 차이나타운, 그리고 산발적으로 생기고 있는 코리아타운 등은 싱가포르의 중심가를 차지하면서 서로 가깝게 연결돼 있다. 지하철 기준으로 각각 2~3 정거장 차이라서 매우 편리한 여행을 한다.

여행의 출발점은 트립닷컴 후원 ITB행사장인 샌즈엑스포이다. 이 건물 4층과 마리나베이샌즈호텔 6층이 연결된 브릿지를 따라 100m 가량 걸어가면, 앞쪽으론 가든스 바이더 베이, 뒷편으론 건물 세 개 동 위에 배를 얹어 놓은 마리나베이샌즈 등 2개의 싱가포르 명물을 한꺼번에 구경하는 행운을 얻는다.


샌즈엑스포에서 본 가든스 바이더 베이


마리나베이샌즈

샌즈엑스포 푸드코트 구역 5층에서는 싱가포르 대관람차와 연결되는 다리를 만난다. 바다풍경을 감상하면서 여유로운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샌즈엑스포 지하엔 싱가포르 지하철 베이프론트 역이 있다. 부킷판장행 메트로 노선을 타고 네 정거장만 가면 리틀 인디아를 만난다.

▶순수 인도를 싱가포르에서 보다= 리틀 인디아 역에 내리면 주민 혹은 이 마을 사람들의 친지가 가는 통로, 일반 여행객이 가는 통로가 다르다. 길을 잘 몰라 무심코 마을사람 전용 통로로 가니 주민등록증에 준하는 증명이 필요했다. 잠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경비원이 이 역 하차 목적을 듣더니 반대편으로 나가라고 알려준다.

역에서 마을입구까지 인도 토산품 가게와 인도식 푸드코드가 하나의 종합 아케이드를 형성한다.


리틀인디아 전통시장

테카마켓(센터)은 리틀 인디아 MRT 역과 붙어있는 시장으로 방문객들과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 과거 인도 사람들이 쓰던 창고를 리모델링했는데, 가성비 높고 푸짐한 음식들이 피로에 지친 여행자들을 즐겁게 한다. 주로 인도 음식과 많은 할랄 요리를 제공한다. 시장구역을 벗어나면 녹색, 오렌지색, 노란색, 보라색 즉 인도풍 색감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세랑군 로드의 샛길 버팔로 로드에 들어가 인도문화를 집대성한 디자인의 거대한 아치를 지나면 그야말로 순수 인도 다운타운과 전통시장들이 나온다.

이곳은 인도인들의 상업지역인 동시에 주거지역으로서 여행자들은 싱가포르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거리에는 인도산 사리(여자들이 감싸고 다니는 천)와 목면을 취급하는 상점을 비롯해, 민예품과 장식품,향신료 상점,꽃집,인도의 전통 요리인 카레를 맛 볼 수 있는 레스토랑 등 많은 상점들이 있다.


리틀인디아 거리

전통시장에 들어가면 ‘치렁 치렁’ 인도 매듭장식, 인도의 다양한 웰컴젤리캔디, 인도특유의 향(香), 조명 등을 판매하는데, 고국이 그리운 현지교민이나 싱가포르에 놀러온 제3국 거주자들이 꼭 들러서 고향의 맛, 멋, 향을 즐기기도 한다. 인도를 가보지 못한 한국인이라면 이 리틀인디아 거리에서 인도문화의 절반 이상은 목도할 것이다.

인도에서 유명한 귀금속 거리는 따로 한 켠에 마련돼 있다. 스리비라만 칼리암만 힌두 사원은 늘 열어놓지 않는데, 예약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창틀 사이로 구경하거나 운이 좋으면 마당까지 들어갈 수 있다.

▶아라비아, 말레이, 인도네시아를 싱가포르에서 보다= 아랍스트리트는 리틀인디언역에서 두 정거장째인 부기스역에서 내린다. 다른 회교사원에 비해 아치형 지붕이 유난히도 큰 슐탄 모스크가 이 마을의 랜드마크이다.

빅토리아 거리에 있는 아랍스트리트는 이슬람 문화를 느끼게 하는 아랍인 거리로, 도로 양쪽에는 아라비아 모양의 주단,귀금속,피혁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있다.


아랍스트리트 길거리 음식점

비치거리와 로코르 운하 거리 사이에 있는 아랍 스트리트에선 아라비안 양탄자, 말레이-인도네시아 식 바틱, 보석, 등(燈) 제품 등을 다채롭게 구경한다.

육개장 또는 짬뽕 닮은 미쿠아, 비빔국수 미고랭, 두부어묵탕을 닮은 깜빙고수수프, 이슬람식 계란말이 등 길거리 음식도 다양한다. 4500원짜리 매운 국수 요리 미쿠아는 우리의 짬뽕에 전분을 탄 느낌의 육수에 계란 반숙을 풀어 매운맛을 잡았다. 물건값, 음식값이 매우 싸다.


말레이 인니 짬뽕 미쿠아

이곳은 19세기 무렵 아랍 상인들이 향료,커피 열매,사금,진주 등을 들여와서 상거래를 하며 번창하였던 곳이다.

이색적인 술탄 사원과 아랍식 건물들을 구경하거나, 등나무 제품 또는 아라비아 양탄자, 바틱 등 클래식 쇼핑을 즐기기 적합한 곳이다. 매일 오후 이 거리엔 벼룩시장, 번개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이곳은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한 인도거리에 비해, 아랍거리는 다문화의 색체를 띤다. 중동과 동남아 무슬림의 공통적인 문화도 있지만,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전통 문화와 이슬람 문화, 싱가포르 문화가 적절히 혼재돼 있어, 다채로운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를 접한다.

한국·중국·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풍(이슬람 문화가 생활의 한축이 되고 있는 지역 전부)의 모든 문화적 요소를 볼수 있는 곳이다.

아랍스트리트의 알록달록한 벽화마을 하지레인은 우리나라 여행예능 ‘배틀트립’에 소개된 적이 있다. 아시아 각국 풍의 패션 부띠크, 빈티지숍, 핸드메이드숍, 카페 등이 즐비하고 골목 중간 중간 싱가포르 전통가옥들이 얼굴은 내민다.


대형 빌딩 아케이드 중심인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 지하철, 차이나타운 역 또는 아웃트램 파크 역에서 내리면 만나는 차이나타운은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흔히 외국에서 만나는 차이나타운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데, 싱가포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중국계라서 그런지,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은 그냥 보통의 쇼핑가, 대형마트 거리 같다. 골목이 아닌 ‘대로(大路) 상권’이 발달했다.

거대 아케이드 형식의 건물들 속엔 중국의 한약,대나무 제품,도자기,칠기,비취 등 귀금속,건어물,중국차 상점들이 있다.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높은 싱가포르가 물가는 왜 이렇게 싼 지 분석해보아야겠다. 우리 상거래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다.

이 지역은 오래된 상점과 MZ를 겨냥한 신개념 중식당, 각종 종교용품을 만드는 사람들, 약초 상인, 서예가들이 어우러져 수세대 동안의 전통과 신식을 온고지신 조화시켜 가고 있다. 설날엔 큰 축제가 열린다.


싱가포르 부촌 탄종거리에서 속속 들어서고 있는 한국 점포들

▶산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코리아타운= 싱가포르 코리아타운은 차이나타운 남쪽 ‘용덕(龍德)’이라는 간판이 있는 도교사원을 지나면 부촌인 탄종파가르 거리, 좀 더 좁히면 스트리트 바이더 베이를 따라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 태극기도 보이고 한국식 점포가 하나 둘 늘어난다.

‘코리안스타일 펍&치킨 레스토랑’, 한국 고기구이집 ‘소댕’, ‘코리안BBQ 삼겹살’, 한정식 집 ‘궁(宮)’ 등이 잇따라 나타난다. 최근 3~4년간 K-컬처의 세계적 급상승세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꼬꼬나라’ 치킨집에선 맥주는 물론 막걸리도 팔고 “살다 보니 인맥보다 치맥이더라”는 아재개그 문구도 걸어놓았다.

‘달밤’에서는 웬만한 한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코리안다이닝 & 바 ‘Seoul’은 고급 음식점이다.


탄종거리 시작 지점, 도심한복판 산소통 공원과 풀이 자라는 빌딩은 싱가포르 정부의 친환경, 자연공생 정책 의지가 반영된 곳이다.


싱가포르 현지인과 여행자들 사이에 한국식 치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한국 일색의 여러 점포가 조직적으로 도열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지인들의 발길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국제학교가 있는 뷰티월드역 근처에도 한국음식점이 많다.

여러 나라 타운들을 섭렵하고 나서 ‘오차드 로드’로 가면 중개무역으로 부를 쌓고, 동양적 도덕성으로 잘 무장한 오늘날 싱가포르의 ‘부티 나면서도 착하고 지혜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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