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배터리 산업, 기업과 정부의 동행 계속돼야
2023-11-08 11:18


최근 TV예능 프로그램에서 달리기가 취미라고 얘기했던 한 유명 웹툰 작가가 2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몹시 어렵게 완주하고 진행한 인터뷰가 기억에 생생하다. ‘발목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워 완주를 포기하려고 주저앉은 순간, 함께 달려왔던 동반 주자들의 응원하는 눈빛이 강렬하게 느껴졌고, 덕분에 다시 일어나 조금씩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면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다. 함께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완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40대 이후 풀코스 마라톤을 몇 차례 완주한 필자 역시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속담을 직접 체험하였기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으로 돌려보자.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주 잔고가 1000조원을 초과하는 상품은 우리나라 산업군 중에서 배터리가 유일하다. 이처럼 배터리 산업이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에 이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배터리 분야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과 전해질 4가지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 생산원가의 40~60%를 차지하는 양극재, 그리고 음극재 역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생산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 공급망의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의 경우, 우리 기업들의 대외 의존도는 지나치리만큼 높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국내 2차전지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이 머지않아 해결되리라는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50년간 비철금속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개발과 공정 혁신을 통해 글로벌 넘버 원(No. 1)으로 우뚝 선 고려아연이 자회사인 켐코를 통해 2026년부터 ‘고순도 니켈’ 상업 생산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건설되는 제련소는 니켈 함유비율이 제각각인 여러 원료(니켈 매트, MHP 등)는 물론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블랙매스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올인원(all-in-one) 니켈제련소란 점에서 의미가 더 깊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일지라도 새롭게 도전하는 올인원 니켈제련소 건설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지난 7월 정부는 울산을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해서 인허가 신속처리, 하수처리 등 인프라시설 우선지원 등의 제도를 마련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미국이 IRA 법안을 통해 첨단산업의 대규모 대미투자를 유도한 사례를 보면 앞으로도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업보국을 창업이념으로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제련소를 운영함으로써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고 탄소중립과 친환경이 중시되는 미래를 위해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어 국가 발전에 더욱 이바지하는 멀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기업과 정부의 아름다운 동행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김기준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본부장 (부사장)



osky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