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대한민국 운명을 바꾼 일촉즉발 9시간…‘서울의 봄’
2023-11-10 11:27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1979년 12월 12일.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무력을 총동원해 군을 불법적으로 장악한다. 이른바 12·12 군사 반란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사회 곳곳에서 민주화의 열망이 끓어오르던 시절이다. 그러나 전두환의 군사반란으로 이 땅의 민주화는 수년 뒤로 미뤄졌다. 그 구심점엔 전두환이 탄탄하게 다져놓은 사조직 ‘하나회’가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군사 반란이 있었던 그날의 일촉즉발 9시간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 ‘아수라’, ‘태양은 없다’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하나회 중심으로 군사 반란을 주도하는 전두광(황정민 분)과 이를 진압하려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정우성 분)의 대립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큰 틀로 뒀지만, 영화적인 허구가 가미됐다. 특히 이태신 캐릭터는 영화적 상상력이 꽤나 많은 비중으로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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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사건을 토대로 한 만큼 영화의 결말은 뻔하다. 그러나 런닝 타임 내내 극강의 긴박감과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공수부대까지 동원해 군을 장악하려는 전두광과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는 이태신의 대치로 내전 위기까지 치닫는 과정은 실제 군사 반란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하다. 대립이 극에 달하며 같은 국민인 서로를 향해 무작정 총부리를 겨누는 순간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는 두 인물의 대립을 극의 중심에 뒀지만, 시시각각 요동치는 주변 인물들의 심리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사리사욕으로 전두광에게 줄을 섰지만 내적으론 동요하는 반란군과 상황 진압보단 자신의 안전이 우선인 진압군들의 행동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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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닥칠 수 밖에 없는 진압군의 패배가 선명해질 때 쯤엔 무력감과 패배감이 관객석을 압도한다. 영화는 절체절명의 순간, 한 사람이 내리는 결정과 판단이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개인의 영달과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의 선택과 무능하고 안일한 공무원들의 비겁한 판단이 일으키는 공명, 그로 인한 파장은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를 책임지던 대단한 군인들 가운데 누구는 끝까지 신념을 지키고, 다른 누구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탐욕을 따라가거나 묵인했다”며 “짧은 시간의 혼란 속에서 그들이 내린 결정과 판단 탓에 결과적으로 우리의 역사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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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사건이 벌어지던 그날 밤 한남동 자택에서 총격 소리를 들었다. 당시 19살이었다.

그는 “30대가 돼서야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는데, ‘이렇게 군부가 하룻밤 사이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너무 당혹스러웠다”며 “그날 이후 44년이 지났지만, 당시에 느꼈던 놀라움과 의구심이 아직 마음 속에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신군부 세력과 끝까지 맞섰던 군인들이 있었기에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의) 반란죄가 입증될 수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신군부는 영원한 승리자로 기억됐을 것”이라며 “‘진짜 군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반란군의 승리가 아니라 반란군이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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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과 함께 명배우들의 열연도 볼만하다. 황정민은 전두환의 비주얼을 그대로 재연하고서 탐욕에 빠져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영화를 주도한다. 정우성은 원리원칙과 정도의 길을 걷는 참군인으로 분해 인생 캐릭터를 완성한다. 이성민, 김성균, 박해준, 정만식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정해인과 이준혁의 깜짝 출연도 반갑다.

22일 개봉. 141분. 12세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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