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린이집 0세반’ 장려 혜택에…“도움 되겠지만, 보육 단가부터 높여야”
2023-11-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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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0세반은 무조건 가정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순번 기다리는 중입니다. 0세반이 꽉 차있거나 없는 데도 많아서 내년에야 연락 올 거 같아요.” (서울 성북구 거주하는 29세 박모씨)

“민간, 가정 어린이집 두 군데 상담받고 왔는데요,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민간이 더 좋아 보였는데 민간 어린이집은 0세반 편성을 안 한다 그래서, 일단 가정 어린이집 대기 신청해놨네요” (맘카페에 올라온 글)

민간·가정어린이집 0세반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재정 상황으로 0세반 자체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0세반 운영을 장려하기 위해 ‘영아반 인센티브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충분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가정 어린이집은 개인이 가정이나 그에 준하는 곳에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이며 민간 어린이집은 개인이나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민간·가정 어린이집 “‘기관보육료’로는 교사 1명의 인건비도 안 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민간·가정(이하 민간) 어린이집은 전국에 1만 9909개소다. 이중 1만 5614개소(78.4%)가 0세반을 운영하고 있다. 0세반 운영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8월 민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한 ‘영아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가정 어린이집은 규모가 작아 교사들이 원아를 더 세심하게 돌볼 수 있고, 출근길에 아이를 맡기고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편한 환경을 갖췄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주로 영아, 국·공립 어린이집은 주로 유아를 담당하는 이유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동 1개당 평균 어린이집은 국·공립 1.8개, 민간 어린이집이 2.4개다.

영아반 인센티브 제도에 따라 내년 3월부터 0세반을 신설하는 민간 어린이집은 기존에 받는 정부 지원금(기관보육료)을 추가로 받게 된다. 정부는 민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영아반에 다니는 아동의 수가 정원의 50%를 넘으면 정원 대비 부족한 인원 만큼의 기관보육료를 추가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한해 796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0세반에 대한 수요가 많고 정부가 ‘인센티브’까지 꺼내 들었지만 정작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지원금이 0세반을 신설 할 경우 추가로 들어가는 보육 교사 한 명의 인건비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의 정부 지원금 구조는 다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교사 1명당 인건비가, 민간어린이집은 아동 수에 따른 지원금(기간보육료)가 지급된다. 내년에 국공립·법인에게는 반 1개 당 189만 3662원의 인건비가,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산정한 0세 아이 한 명 당 지급되는 보육 단가는 51만 9000원로 책정됐다.

지금까지는 3명이 정원인 0세 어린이집에서 2명이 지원해 0세반을 만들면, 2명분 만큼인 119만 8000원을 기관보육료로 지원했지만 이는 보육교사 한명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인 206만 74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3명이 정원인 0세반에 아동이 2명만 다니더라도, 즉 정원의 50%가 넘으면, 나머지 1명분의 기관보육료를 정부가 지원해 0세반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3명분의 기관보육료를 지원받게 될 경우 155만 700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 지원 단가 현실화 필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 관계자는 “인건비를 지원 받는 국공립 및 법인 어린이집의 경우 담임 교사의 인건비를 호봉수대로, 경력대로 인정을 받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기관보육료를 모두 지원 받아도 보육 교사 한 명의 인건비에 못 미친다”며 “영리 추구 목적이라는 논리로 인건비 지원을 따로 받지 않았지만 무상보육이 도입되면서 민간 어린이집도 이미 공공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상태고 재무회계도 국공립보다 더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군다나 가정 어린이집은 원장이 담임교사와 조리사, 차량 기사까지 겸직할 수 있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각각 별도로 있어야 한다. 이에 따른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0세반을 운영하기 어려운 어린이집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이모씨는 “어린이집이 산 속에 있고 차량으로 이동을 해야 하다 보니 신생아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라며 “0세 아기들은 차량 이동이 어렵다. 때문에 인센티브 제도가 신설돼도 사실상 0세반을 만들기는 어려운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인센티브 제도가 0세반 개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박모씨는 “사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시대에서 영아반이 극적으로 많이 생긴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의 인센티브 제도가) 반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부터 장려금이 주어지지만 아직 어느 정도의 영아들이 지원할지 몰라 어린이집에서는 섣불리 영아반을 신설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센티브 제도에 멈추지 말고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 지원 단가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은석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0세반은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을 1:3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비롯해서 국공립 어린이집도 개설하기 부담스러워 한다”라며 “2020년 이후부터는 시간제 보육반들이 많아졌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계속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 양육 등을 위주로 하면서 가끔 부모가 일이 있을 때 아이를 잠깐씩 맡기는 제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 교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 지원 단가를 높여 교사 한 명의 최저임금은 될 정도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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