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요양병원 살해 동기, ‘감염병’ 알려질까봐”… 영장 재신청 방침
2023-11-20 13:49


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 요양병원 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14일 서울서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김빛나 기자] 경찰은 서울의 한 요양 병원장이 일부 환자들에게 독극물을 주입 해 사망에 이르게 한 동기가 병원 내에서의 감염병 감염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이 일어난 2015년은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가 창궐했던 시기로, 경찰은 경영난을 겪던 당시 요양병원 원장이 의도를 가지고 염화칼륨을 환자에게 투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한차례 기각됐던 영장을 재신청 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0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범행) 동기 부분은 이미 알려진대로 요양병원 경영상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감염병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또 그걸 통해 혹시나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이 돼 요양병원 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음으로써 불이익을 받을 부분을 우려했던 것으로 우리는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5년 당시가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MERS)이 발생한 해로 각 요양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던 때였고, 또 병원 내 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병원 평가에서 감점이 생기는 등을 고려해 병원장이 살해를 결심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두명의 환자 사망자 가운데 남성 환자는 입원한지 2년 5개월만에, 여성 환자는 3개월만에 사망했고 두 사람 모두 병원 내부에서 결핵(감염병)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의사에 의한 범죄여서 초기 단계에서 부검이 병사로 처리돼 변사 사건 처리가 안되고 병사로 처리돼 초기 단계에 부검이 안됐다”며 “그러다보니 사인에 대한 정확한 판명 없이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8년의 시간이 지나다보니 직접 증거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황상으로는 충분하게 살인의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 우리가 영장 신청했고 이부분 좀더 부각해 보강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병원장이 환자들에게 독극물을 투입한 뒤 불과 10분만에 환자들이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 두명 다 10분만에 사망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혼자서 1대 1로 처치를 한 후에 10분후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가 와서 슬쩍 주사놓고 쥐도 새도 모르게 비명횡사하는 상황이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측면서 유족도 모르는 환자도 모르는 두려움이나 억울함이 얼마나 심할까 하는 생각을 했고 우리 수사기관이 그런 부분 풀어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살인 혐의로 이 병원 원장과 이 원장에게 염화칼륨(KCI)을 건넨 행정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병원장은 계속 혐의 부인하고 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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