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생 보따리’ 2조 이상 푼다
2023-11-21 11:21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독과점 구조를 강하게 질타한 이후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상생금융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조원 이상의 상생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횡재세’가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처럼 제시됐기 때문이다. 지원방식으로는 금리인하나 상환유예, 이자 캐시백 등이 거론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8대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가 연내 발표하기로 한 은행권의 추가 상생금융 지원규모는 횡재세가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전날 8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횡재세가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규모와 체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횡재세와 관련한 법안이 나와 있는데, (금융지주회사들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야당이 추진 중인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이 최대 2조원을 낼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횡재세 규모가 그 정도가 된다면, 국회에서 최소한 이 정도는 바라고 있다는 것을 금융지주회사들이 인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횡재세에 준하는 지원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했다.

횡재세 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금융 쪽 이슈는 조금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다”면서 “법으로 일률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지켜보는 게 좋지 않나 하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상생금융 지원방식은 은행권 공동기금 조성이나 기부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대출을 받고 고금리로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직접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그간 은행들의 이자수익 증대에 기여했던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이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냈던 이자 일부를 되돌려주는 캐시백·페이백 형태도 예상되고 있다.

예컨대 이달 초 나온 은행권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안을 보면, 7% 이상 대출금리를 적용받던 차주를 대상으로 최대 3%포인트 금리를 인하해주거나(신한은행), 코로나19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에게 6개월간 전월 납부한 이자를 매달 돌려주는(하나은행) 방식이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며 ‘배임’ 논란을 피해가려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배임이 아니냐”며 “어느 정도 어떻게 하느냐의 이슈는 있겠지만 상생금융 한다고 배임으로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장기 운영의 기반이 되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자금현황을 무너뜨리지 않고 유지한다는 건 은행에게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상생금융이 장기적으론 이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연초 ‘공공재’ 발언에 이어 이달 초에도 은행권 독과점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당국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권에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강승연·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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