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컨베이어 대신 로봇팔, 검수자 대신 로봇개 일하는 혁신 메카 [HMGICS 준공]
2023-11-21 16:01


HMGICS에서 생산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자동차가 1층에 있는 차고에서 고객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싱가포르=김성우 기자


로봇팔이 HMGICS 3층에 있는 셀(Cell)에서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싱가포르)=김성우 기자] # 공상과학영화에 나올법한 원통형 모양의 로봇팔이 큼지막한 배터리를 상공으로 들어 올리자 반대편 로봇팔이 부품을 엔진룸에 집어넣는다. 작업자의 역할은 현장을 체크하고 오류가 있는지 판별하는 일뿐이다. 육상 트랙을 닮은 타원형 셀(Cell)에서 현대차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제조공장하면 떠오르는 컨베이어벨트와 줄줄이 늘어선 작업자를 보기 힘들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싱가포르에 구축한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에 21일(현지시간) 다녀왔다.

HMGICS는 현대차그룹의 ‘혁신 역량’이 결집한 공간으로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 기반 ‘기술 혁신’ ▷다품종 유연 생산 시스템 중심 ‘제조 혁신’ ▷고객경험 기반 판매모델 구축 등 ‘비즈니스 혁신’을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다.

큰 틀에서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골자로 로봇과 AI(인공지능), 또 다양한 첨단 시뮬레이션기술을 투입했다. 향후 PBV(목적 기반 차량)와 AAM(미래 항공모빌리티)이 생산될 예정으로, 현재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판매되는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HMGICS는 연면적 약 9만㎡(2만7000평), 지하 2층~지상 7층 총 9개층으로 구성된다. 1층에는 자동물류 시스템이 갖춰진 물류공간과 브랜드 체험공간·스마트팜(Smart Farm)·고객차량 인도공간이 자리 잡고 있고, 2층과 4층은 사무공간(디지털커맨드센터), 3층은 스마트 제조시설과 고객경험공간, 5층은 차량 시승·테스트공간(스카이트랙), 지하 1층과 지상 6~7층은 주차장으로 구성됐다.


HMGICS 5층에 있는 스카이트랙.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HMGICS 5층에 있는 트랙에서 ‘아이오닉 5’ 주행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김성우 기자

현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로봇과 AI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이다. HMGICS는 생산과 검수, 물품 운반 전반에 로봇이 투입된다.

1층 물류공간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선 레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레일 위에는 박스별로 담긴 부품들이 분주하게 이송되고 있다. HMGICS에 도착한 물품을 트레일러에서 하역하고 운반하는 과정은 200여대의 AGV(무인운송차량) 로봇이 담당한다. 로봇이 다양한 차량용 부품을 각각 중물(1만5400개 셀)과 대물(5600개 셀)로 나눠 담는다. 그외 범퍼와 서스펜션 등 무게가 15㎏ 이상인 규격 외로 큰 제품은 팰릿에 따로 보관한다.


HMGICS 1층에 있는 물류공간에서 로봇과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작업 중이다. 싱가포르=김성우 기자


HMGICS 물류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현대차그룹 제공]

셀에 적재된 부품은 필요할 때 레일을 통해 운반된다. 로봇이 필요한 부품을 레일로 옮기고, 로봇과 리프트를 통해 생산이 이뤄지는 3층으로 옮긴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피킹(부품 분류)’작업뿐이다. 레일 앞에 선 작업자들은 분류가 필요한 부품들을 부지런히 정돈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크기와 모습이 제각각인 차량용 부품은 아직 로봇을 통해 나누고 분류할 경우 시간이 9초가량 소요된다”면서 “로봇이 사람의 분류시간인 6~7초 수준으로 피킹을 할 수 있게 되면 로봇이 작업자의 피킹작업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65%인 물류 부문 자동화비율은 피킹 등 다른 기술이 발달하는 2030년이 되면 8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HMGICS 물류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이 부품을 옮기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HMGICS 1층에서 작업중인 AGV 물류로봇. 싱가포르=김성우 기자

3층으로 옮겨진 부품들은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180여대의 AMR(자율이동로봇)들이 생산공장인 27개의 셀로 운반한다.

타원 형태인 셀은 각자 하나하나가 공장 역할이다. 셀 안에서는 로봇과 작업자가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생산작업을 진행한다. 고객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트림, 색상, 옵션 등 사양을 적용해 차량을 주문하면 HMGICS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 1시간에 10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어 연간 약 3만대(365일 기준)의 자동차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는 조립 부문 46%가 자동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공장이 10% 수준의 자동화율을 보이는 것에 월등히 앞선다.


작업자가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이 조립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HMGICS 1층 공간 한쪽에서 향후 '피킹'작업을 담당하게 될 로봇손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우 기자

공장 곳곳에서 생산공정의 품질을 관리하는 4족 보행형 로봇 ‘스팟’과 바퀴가 달린 검수로봇 ‘보전로봇’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팟은 작업자가 필요한 작업을 따라다니며 작업 내용을 15개씩 사진을 찍어 AI를 기반으로 불량률을 확인하고, 보전로봇은 공장을 돌아다니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잡는다. 평균 정확도는 96% 이상일 정도로 우수하다,

전체 작업공정은 4층에 들어선 디지털커맨드센터에서 한 번 더 관리한다. 현대차그룹은 공장 전체에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AI는 공장에 필요한 부품을 관리하고, 필요할 경우 자동으로 주문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현대차그룹은 가상의 3차원 공간에 HMGICS와 똑같은 ‘디지털 트윈(쌍둥이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및 제어할 수 있는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허일권 HMGICS 생산실장은 “아직 디지털트윈에서 시뮬레이션한 정보를 토대로 실제 공장을 가동하면 사소한 실수들이 조금씩 생긴다”면서도 “HMGICS는 머지않아 완벽하게 디지털트윈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토대로 예상하고 실제 작업을 하는 AI 컨트롤 공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을 통해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방문고객들이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차량 인도 서비스’ 역시 HMGICS 만의 차별요소다. 고객은 차량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완성된 자동차를 건물 옥상에 있는 길이 620m의 스카이트랙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HMGICS에는 로보틱스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농장 ‘스마트 팜’도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모두 9가지의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고, 방문객에게 수확한 농작물을 무료로 맛볼 수 있게 한다. 내년에는 한식다이닝을 개점해 ‘팜 투 테이블’ 콘셉트로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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