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랐다” “내렸다”...집값 통계 뒤죽박죽
2023-11-22 11:23



정부 공식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업체인인 KB국민은행의 집값 통계 차이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가 지난해와 올해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시세 차이를 비교한 결과 지역에 따라 3~4배씩 집값 변동률이 다른 곳이 많았다.

부동산원 기준으로 올 1~10월 서울 아파트값은 -2.18% 변동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KB국민은행 시세(KB시세)로는 -6.22% 하락폭을 보였다. 부동산원 기준으론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거의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KB시세를 보면 여전히 뚜렷한 내리막 흐름이다.

서울에서도 강남권은 두 통계가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올해 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초구(0.99%), 강남구(0.85%), 송파구(3.73%) 모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KB시세론 서초(-4%), 강남(-2.17%), 송파(-0.2%) 등 모두 여전히 하락세다.

지역별로 비교하면 수도권에서 특히 차이가 크다. 올해 1~10월 경기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부동산원 기준으론 -5.81%였는데, KB기준으론 -8.61%였다. 인천은 부동산원(-4.49%)과 KB시세(-9.50%) 변동률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두 기관 격차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도 컸다. 2022년 한해 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7.7% 떨어졌다. 같은 시기 KB시세 기준으론 부동산원의 절반도 안되는 2.96%만 하락했다.

지난해에도 지역별로 어떤 통계로는 주택값이 올랐는데, 어떤 통계로는 내린 곳도 있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기준으론 4.95% 하락했는데, KB시세로는 2.41% 상승했다. 종로구도 부동산원(-7.43%)기준으로 크게 떨어졌는데 KB시세(1.02%)로는 오히려 올랐다.

작년엔 이런 집값 통계 차이가 경기(부동산원 -10.13%, KB시세 -5.26%)나 인천(부동산원 -12.52%, KB시세 -6.12%)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나타났다.

부산(부동산원 -6.60%, KB시세 -2.24%)이나 대구(부동산원 -12.38%, KB시세 -7.15%), 광주(부동산원 -4.07%, KB시세 1.61%), 대전(부동산원 -9.80%, KB시세 -6.65%), 울산(부동산원 -7.31%, KB시세 -2.34%) 등 거의 전 지역에서 많게는 3~4배나 다른 아파트값 통계치가 나왔다.

조사기관별로 아파트값 변동률 차이가 2~3배나 다른 현상은 결과적으로 5년 간 누적기준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던 문재인 정부(부동산원 25.79%, KB시세 62.19%)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차이는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표본 단지, 실거래가 반영률, 경기 및 정부 정책에 대한 판단 등이 다른 경우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 3만6000채를 표본으로 정해 조사한다. KB국민은행 표본은 그보다 훨씬 많은 아파트 6만2000여채나 된다. 부동산원 시세는 실거래가가 더 많이 반영되고, KB시세는 중개업소에 수시로 올라오는 매물 가격(집주인 호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

이렇게 다른 시세 작성 환경에서 거래량이 급감하면, 두 기관이 내놓은 통계치는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커진다. ‘양극화’, ‘쏠림현상’이 심화하면 이를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전체 시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박민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부동산원이 작성하는 아파트 시세는 KB시세처럼 시장에 나온 매물가격 동향이 아니라, 해당 주택에 대한 ‘평가 금액’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며 “특정 통계만 맹신하지 말고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등 통계 작성 기관별 시세 통계의 특징을 이해하고 통계 활용 목적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한 선임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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