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석 예결위원장 “올해 전 부처가 증액 요구…특활비 무조건 삭감보다 투명성 제고” [헤경이 만난 사람]
2023-11-25 10:01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승환·이세진 기자] “야당이 일방적으로 증액을 주장한다고 비판 받지만, (정부 부처들 역시)예년에 비해 오히려 올해 증액 요구 수준이 높습니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이유로 감액을 많이 한 예산안을 가져왔기 때문에 올해는 전 부처들이 와서 증액을 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입니다.”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증액 요구는 야당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별로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로 각 부처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이례적 현상’이라는 것이 서 위원장의 진단이다.

서 위원장은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요구했던 사업이 빠진 부분이 있으면 요청을 하는 것이 상례였는데, 지금은 중앙정부 부처가 와서 증액 요구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살펴보니 조직의 근간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이 깎인 곳도 있더라”며 “정부의 긴축 기조가 어느 정도냐 하면, 대통령 경호처 예산도 깎아서 보냈더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이미 줄일 대로 줄여 놓은 예산에서 어떤 항목을 깎아서 다른 필요 예산에 줄 것이냐 하는 문제”라며 최근까지의 예산안 심사 과정을 돌아봤다.

그는 21대 국회 마지막 예산심사에 올려진 정부 예산안에 대해 “꼭 필요한 것은 담겨있지 않고 덜 필요한 것은 담겨 있는, 필요필급이 아닌 불요불급이 존재하는 모습”이라며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예산들이 아니더라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들을 위한 예산 확보에 물꼬를 터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예산을 감액 할 권한은 있지만 증액을 위해서는 정부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국회의 예산 편성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국회가 증액권을 가진다고 해서 무작정 증액할 수 없다. 국민적 저항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제대로 된 예산 심의를 하려면 감액과 증액 권한이 함께 있어야 한다. 현재는 반쪽짜리 권한을 준 것”이라며 “국회의 증액 권한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 위원장은 최근 야당이 주장하는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 삭감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특활비의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일 할 때는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증빙자료를 내야 하는데 안 내니까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투명한 특활비 사용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다음은 서삼석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정부가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종합평가는?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 편성 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했다는 입장이나,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 및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꼭 필요한 것은 담겨 있지 않고 덜 필요한 것은 담겨 있는, 필요필급은 없고 불요불급이 존재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인 R&D 예산은 재정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일률 삭감됐고,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은 찾기 어렵다. 또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문제가 크다.

반면,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은 전년 대비 40% 이상 대폭 증액돼 있다. 따라서 무엇이 필요하고 불필요한 지를 자세히 가리며 예산안 심의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예결위원장으로서 이번 예산국회 운영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가장 중요한 것은 2024년도 예산안이 서민·소수·약자들의 복리와 후생을 두텁게 배려하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등 심사 과정에서 예산안의 내용을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 법정시한을 준수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가 ‘건전재정’과 ‘확장재정’으로 맞붙고 있다. 특히 전선이 R&D 예산에 크게 쳐져 있는 상황이다. 절충안이 있다면.

▶평상시라면 ‘건전재정’을 주장할 수 있겠으나,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고물가·고환율과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와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있으므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정부는 R&D 예산의 비효율 문제를 시정한다는 이유로 예산을 성급하게 일률적으로 삭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투자했던 연구성과가 매몰되거나 학생 연구원 등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어 재정 효율화를 추구하다 국가의 미래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우려된다.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꼭 필요한 R&D예산을 선별하여 복구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송곳 심사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감액하고, 이를 필요한 부분으로 재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재정의 총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실제로 최근 야당이 일방적으로 증액을 주장한다고 비판 받지만, 예년에 비해 오히려 올해 증액 수준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이유로 감액을 많이 한 예산안을 가져왔기 때문에 올해는 전 부처들이 와서 증액을 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살펴보니 조직의 근간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이 깎인 곳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줄일 대로 줄여 놓은 예산에서 어떤 항목을 깎아서 다른 필요 예산에 줄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깎는 것도 여의치 않은 부분이 많다.

-여야 충돌 지점으로 세수결손으로 인한 지방정부 재정 부족도 꼽을 수 있다. 지방교부세, 교육교부금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안이 있다면.

▶2023년에는 세수 부족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가 미교부될 예정이고, 2024년에도 지방교부세 등 예산이 감소해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교부세 등은 현재 법률에 따라 내국세의 일정비율로 묶여 있어 세수결손 시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이번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재원의 재배분을 통해 취약하고 어려운 지역에 재정이 추가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지방교부세 등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대응 지방비를 요구하는 의무적인 국고보조금 제도의 정비 등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새만금 사업 예산, 서울·양평고속도로, 김포 5호선 연장 예타면제 등과 같은 정치 현안과 직결된 예산의 경우 여야 입장차 더욱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정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예산사업에 대한 위원장의 중재 방안이 있다면.

▶여야 간 민감하게 대립하는 예산에 대해서는 당장 해결 방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에도 매번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첨예한 쟁점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합의에 이르렀던 만큼, 이번에도 여야 간 지혜를 모아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원장으로서 열린 자세로 양측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협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야당은 ‘검찰 특활비’ 삭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야가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던 부분인데, 평소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실제로 특활비의 운동장은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정부가 정부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 증빙자료를 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 특활비를 깎자는 논의보다는 근본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ODA 예산이나 국토부 예산 등,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 철학이 담겨 있는 예산에 대해서도 꼭 삭감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것도 고민할 지점이다. 필요한 데 쓸 수 있도록 하되 투명하게 쓰도록 해야 한다.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지역사업 예산 유치에 대한 경쟁이 높을 것 같다. 지역에 따라 여야 이해관계 명확히 갈리는 부분 크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예산을 우선시할 유인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안 심사의 최우선 가치는 ‘민생예산’을 챙기는 것이다. 여러 여건하에서도 이러한 기본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위원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예산심사에서 국회 권한은 감액에 있다. 증액의 경우 기획재정부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국회의 ‘예산편성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증액이 불가능하므로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제약받는 측면이 분명하다. 헌법이 국회의 예산안 증액 시 정부 동의를 규정한 취지는 선심성 예산 증액에 따른 재정부담 가중을 경계하려는 취지이나, 대부분의 국회 예산안 심의결과는 정부안에 대한 순감으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정부 동의가 없으면 정부 예산안의 재정총량(총지출) 범위에서 분야별 재원 재배분이나 사업 간 조정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제약된 상황이라고 본다.

2014년부터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가 적용된 이후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의결한 정상적인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으며, 심사기간 부족 등으로 인하여 예결위 내에서 증액심사가 개시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가 예결위라는 제도적 틀 아래에서 투명하게 예산을 심사할 수 있도록 재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막판 쟁점예산 협상 과정에서 열리는 ‘소소위’는 비공개 원칙이라 ‘밀실 협의’라는 비판도 받아오고 있다.

▶예산심의는 다양한 의사결정자가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인 회의를 통해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므로, 가급적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쟁점예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에도 결론이 나지 않는 쟁점들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위원장과 간사 등이 위임받아 효율적으로 논의에 임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밀실 협의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쪽지예산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논의 대상이 사전에 투명하게 확정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예결위는 서면질의 등을 통해 사전에 소위 심사자료에 반영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서삼석 예결위원장이 걸어온 길

▷1958년 8월 3일 전남 무안 출생 ▷무안현경초·무한현경중·조선대 부속고교 졸업, 조선대 행정학 학사, 전남대 대학원 NGO학 박사 ▷1995년 7월~2002년 5월 전라남도의회 5·6대 의원 2002년 7월~2011년 12월 전라남도 무안군 군수(민선 3·4·5기) ▷2018년 6월~현재 20·21대 국회의원 ▷2018년 8월~2020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 ▷2023.6~현재 제21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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