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한투證...증권가 세대교체 바람
2023-11-23 11:23


한국투자증권 수장이 5년만에 교체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에서 시작된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한투증권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증권사 수장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체된 자본시장 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새인물 등용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과거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각종 사고로 금융당국발 사정 한파가 여의도 증권가에 불어닥친 상황이라 과감한 용인술로 활로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그룹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최고경영진 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이번 인사에서 지난 5년 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정일문 사장이 증권 부회장으로, 김성환 부사장이 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 사장이 최전방에서는 물러났지만, 이전 유상호 부회장 사례를 봤을 때 경영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된 김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LG투자증권에 입사했다가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 프로젝트금융(PF)·채권운용·기업금융(IB)·경영기획·리테일 등을 두루 총괄하며 금융투자업 전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영 성과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이어가면서도 금융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성장전략의 변화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그룹 최고경영진의 최종 인사 및 임원인사 등은 각 계열사별 경영 의사결정 일정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는 전찬우 리테일사업본부장(전무)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세대교체’, ‘지주 중심 경영’을 모토로 이미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로 20년 이상 수장 자리를 지켜온 최현만 회장이 물러나는 대신 김미섭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1997년 창업 후 26년 만에 세대교체를 이뤘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사내이사인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 중 한 명을 추가로 대표이사로 선임해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남은 최희문 부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그룹운용부문장으로 메리츠금융지주 경영을 책임지는 대신 장원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지난 20일 기용했다.

이런 가운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사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등의 대표이사 임기도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로 만료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문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임원 7명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낸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로 교체나 연임 여부는 지주사인 DGB금융그룹 회장 인사와 맞물려 있어 불투명하다.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등 두 차례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키움증권은 황현순 대표이사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이사회에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황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연임돼 임기가 2026년 3월까지 2년 이상 남았지만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3월 대표직을 맡은 정영채 사장이 2년씩 3연임한 상태다. 정 사장은 2020년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 현재 금융위원회의 최종 제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

각자대표이사 체제인 KB증권은 다음 달 말 1년 임기를 다하는 박정림 사장의 펀드판매사 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어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은 2020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박 사장에 대한 제재가 논의 중인 상태다. KB금융지주 수장이 양종희 신임 회장으로 교체돼 김성현 사장도 연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상태 사장의 2년 임기가 다음 달 말 끝나지만 단일대표가 된 건 지난해 말부터로 1년이어서 연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장석훈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데 부동산 PF를 비롯한 리스크 관리가 양호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의 오익근 사장은 두번째 임기(2년)가 내년 3월까지인데 경영을 안정적으로 잘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종합금융투자사 전환을 추진 중이어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호 기자



youknow@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