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으로 보기 전까진 못 믿어”…애타는 인질 가족들
2023-11-24 10:40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 건물 인근에 인질 석방을 호소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4일(현지시간) 인질들이 풀려나게 됐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협상의 중재역을 맡은 카타르의 마지드 알안사리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합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인질 13명이 24일 오후 4시에 하마스로부터 인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휴전은 나흘 간 이뤄지며, 이 기간 모두 50명의 인질이 풀려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석방자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여성과 어린이가 첫 대상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 가족들은 기쁨 속에서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전날 인질을 석방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하루 늦어졌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석방 대상인 50명에 자신의 가족이 포함될지도 불분명하다.

84세 어머니가 인질로 억류돼 있다는 예이르 모세는 지난 7주간 석방 운동을 벌이며 온 가족들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이스라엘군 연락관의 전화가 올 때마다 두려움에 떨었다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12세 딸이 납치됐다는 헨 아비그도리는 가족이 석방 대상자가 되길 바라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우며 희망을 너무 부풀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두 눈으로 가족들이 풀려나는 것을 보는 그날까지 아무 것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3살 조카가 하마스에 억류돼 있다는 리즈 나프탈리는 “조카가 첫 석방 대상자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아이의 부모는 모두 하마스의 기습공격 때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휴전 및 석방으로 48일만에 가자지구에 총성이 멈추게 됐지만 인질 가족들이 바라는 전원 석방까지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하마스는 240여명의 인질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억류된 인질 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의견이 달라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알안사리 대변인은 “일시 휴전 마지막 날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한 후속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인질 석방을 위한 정부 노력을 촉구하며 예루살렘까지 다함께 행진을 하는 등 단체 행동을 해온 가족들은 완전 석방까지 계속 힘을 합치겠단 의사를 분명히 했다.

모세는 “설사 이번 50명의 인질 석방 가운데 우리 가족이 있더라도 나머지 인질들 석방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모두가 풀려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으로 전투 중 끌려간 아들 이타이 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루비 첸은 자신의 아들이 이번에 석방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인질의 석방으로 끝나야할 기나긴 길의 첫 시작일뿐”이라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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