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첫 완결형 EV 밸류체인…EV 패러다임 바꾼다” [한-인니 수교 50주년, 성장판 커진다]
2023-11-26 08:00


이영택 현대자동차 아태권역본부장(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친환경과 혁신. 현대자동차란 브랜드를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두 단어입니다. 선제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전기차(EV) 전략으로 얻은 결과물이죠.”

이영택 현대차 아태권역본부장(부사장)에게 ‘후발 주자’이자 ‘도전자’로 인도네시아의 문을 두드린 현대차가 1위를 차지한 비결을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최근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이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했던 2018~2019년 당시 현대차의 인지도는 시장을 지배하던 일본 업체는 물론, 앞서 진출한 중국 업체들보다 낮았다”며 “전기차 판매와 현지 생산 등 현대차가 전기차와 관련한 ‘최초’란 타이틀을 석권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가 급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印尼 판매 전기차 둘 중 하나는 현대차

현대차는 올해 7월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시장 점유율 56.5%(3913대)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2위였지만, ‘아이오닉 5’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입지가 역전됐다.

현지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현지 생산·판매 체계를 갖춘 모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작년 3월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현대차 최초의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아이오닉5에 서명 중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이를 바라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이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기차 활성화 정책과 연계해 관련 시장을 공략한 것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자동차, 우링자동차, 비야디(BYD) 등 중국 브랜드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최초의 완결형 EV 밸류체인을 구축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또 “배터리셀, 배터리팩, EV에 이르는 생태계를 인도네시아에 구축해 아세안 배터리 생산·공급 허브로 육성하고, 아세안 역내 국가별로 상이한 통상 규제와 다양한 산업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영역을 포함한 전체 EV 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현대차 전기차 공장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현대차]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현지에 건설 중인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내년 가동된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바탕으로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주 원료인 니켈 세계 1위 매장국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단순한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현대차의 강점이다. 충전 인프라 확장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라아 인도네시아’, '리뽀 그룹' 등 현지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쇼핑몰을 중심으로 충전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에는 스타벅스 신규 매장에 충전기 운영 기술검증(PoC)을 시작했다”면서 “향후 쇼핑몰 이외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도 충전기 설치를 검토함으로써 전기차 시장 성장의 주요 정체 요인인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거점으로 커가는 印尼…아세안·아중동 수출 전년比 70% ↑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굴기(崛起)는 전기차 시장을 넘어 내연기관차 시장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일본차 일색이던 현지 자동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21년 아세안 시장 전체 3.0%, 인도네시아 시장 0.4%에 불과했던 현대차 점유율은 올해 모두 3.9%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최대 수요 차급인 다목적차량(MP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타깃으로 적합한 상품을 개발한 전략도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일본차(도요타·다이하쓰·혼다·스즈키·미쓰비시 등)가 50년 먼저 진출해 다졌던 독점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HMID)은 인도네시아 내 자동차 판매 순위를 2021년 13위에서 2022년 8위로, 올해 7월까지 6위로 계속해 끌어올렸다. 판매 대수는 2021년 3005대에서 현지 생산이 시작된 2022년 3만1965대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도 2만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했다. 이 본부장은 “현지 전략 신차인 크레타, 스타게이저는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을 목표로 새롭게 개발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7월 3만114대의 인도네시아산(産) 자동차를 아세안, 아프리카·중동 등 인근 해외 시장에 수출하며, 전년 동기 대비 수출 물량을 70% 늘렸다. 이는 올해 7월까지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 판매한 2만65대보다 50% 이상 큰 규모다.

현재 인도네시아 신차 수요의 약 4%에 불과하지만, 소득 증가에 따라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7억루피아(약 5866만원) 이상 대형·고급차 시장도 현대차에는 기회다. 그는 “인도네시아 대형·고급차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30% 이상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국민소득 향상과 도로 인프라 개선 등을 바탕으로 해당 차급 시장의 확대 추세가 분명한 만큼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현대차 매장. [현대차]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