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을 도전 박지현 “‘암컷’ 발언에 무관용, 심할 정도 조치 취해야” [인터뷰]
2023-11-26 09:00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근혁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암컷’ 막말을 계기로 민주당이 처절하게 반성하고, 성차별적 발언에 대해 아주 엄격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민주당 그럴 줄 알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좀 심한 것 아냐?’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거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에 도전장을 내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당 논란의 중심인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3일 서울 신촌 대학가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자리에서다.

박 전 위원장은 “수많은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당에 들어왔는데, 이런 모습은 내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최 전 의원에게 민주당은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긴급 징계를 내렸지만, 극성 지지층은 최 전 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전 의원의 말에 함께 웃은 김용민, 민형배 의원에 대한 징계도 있어야 한다”라며 “그런 발언을 듣고 그냥 웃고 넘어갔다는 것은 성인지감수성이 없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 국민 앞에 큰 죄를 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 말대로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성·청년 등으로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에 의해 영입됐다. 당시 26세의 나이로 공동비대위원장직에 올랐던 그는 ‘586 퇴진론’ 등 민주당 주류세력의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박 전 위원장의 행보마다 지지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이 충돌했고,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 전 위원장은 작년 6월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비대위원장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렸던 그는 최근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 도전을 밝히고 지역 활동에 돌입했다. 그는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강남 3구는 말할 것도 없고, 한강 벨트에서 많은 표를 잃었다. 민주당이 다시 국민 선택 받을 수 있다는 바로미터로 여겨질 수 있는 곳이 송파을이라고 생각했다”며 지역구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정치권에 발을 내딛은 뒤부터 줄곧 내세우고 있는 키워드는 ‘지키는 정치’다. 그는 “정치의 존재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것이다. 약육강식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면서 송파 지역에서의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의 정치는 약자를 지키는 정치가 아닌 기득권을 지키는 정치”라며 “송파, 강남3구라 불리는 지역은 부자 동네로 인식되지만 부자 동네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존재한다”고 했다. 또 “송파는 서울에서 여성 거주율이 1위인 곳”이라며 “여성과 청년이 많이 사는 송파을에서 그동안 대변되지 못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정치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근혁 기자

박 전 위원장은 최근 민주당의 현수막 청년 비하 논란에 대해선 “청년 세대를 굉장히 천박한 세대라고 바라보는 인식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청년은 경제도 모르고, 정치도 모르지만 잘 살고 싶어한다는 기득권적인 시각으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정당에서든 청년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다”라며 “청년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청년들이 정치권에 대거 진출하는 모습 보여드려야만 국민들은 민주당이 변했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반성할 지점이 분명히 있다”라며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게 해야 한다’, ‘도덕성을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 등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 탓에 타협과 설득에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이라는 큰 직책을 맡기엔 사회경험이 부족했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기득권적인 시각”이라며 반박했다. 박 전 위원장은 “26살의 청년이었다. 사회 경험도 적고 나이도 어리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라며 “민주당을 ‘국민의 시선으로 되돌려 달라’며 비대위원장을 맡겨 놓고는 너무나 당연한 말들을 했다. 지금까지도 정치권은 청년을 그런 이유로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행에 찌들지 않았기에 새로운 정치, 국민의 시선과 가까운 정치를 만들고자 했다”라며 “국민이 민주당에게 개혁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기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유권자 중 2030 유권자는 30%를 넘지만, 2030 국회의원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심지어 20대 국회의원은 아예 없다”라며 “정치권에 청년의 대표가 없는 상황에 ‘경험이 없어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정치를 변하지 못하게 하는 아주 나쁜 언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토록 문제가 많은 민주당을 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키는 이념을 가진 정당”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의 가치와 이념에 때가 많이 묻어 국민들의 눈에는 기득권 정당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라며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국민께 민주당을 사랑 받는 정당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수없이 드렸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 묻은 때를 벗기고 싶다”며 “민주당을 사랑해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이번 총선에서 호소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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