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양날의 검’으로 떠오른 AI [원호연의 PIP]
2023-11-26 20:38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공지능(AI)의 발전은 산업계와 노동의 변화 뿐 아니라 정치 환경의 변화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AI 발전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올지, 민의의 왜곡으로 이어질지 논쟁이 치열하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AI가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AI가 크게 선거 행정, 선거캠페인과 유권자 교육, 시민의 참여 등 세가지 차원에서 민주주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AI를 이용하면 선거 관리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AI를 이용해 선거인 명부와 투표기계의 이상 징후를 식별하여 선거 사기나 선거법 위반행위를 빠르게 발견할 수 있고 선거 결과를 개표하거나 재검표하는 데 드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반면 선거 관리자는 AI를 이용해 선거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방대한 양의 공공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AI가 해킹되면 선거의 무결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거 없는 주장을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에게 유포해 잘못된 투표행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AI가 근거하는 데이터가 당파적으로 편향되면 소수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적 억압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AI를 이용하면 정책이나 법 제정 과정에서 대중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를 더욱 민주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머신 러닝을 통해 개인의 관심사를 수집하고 쉽게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생각하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는 이에 맞춘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국가 및 지역 수준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해 다양한 청중에게 전달할 정치적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있게 작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공직자가 유권자에게 보다 친숙한 표현으로 입법 내용을 설명할 수 있게 해 정치 및 입법과정에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을 호도하려는 개인도 A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선출직 공무원에게 보내는 편지나 공개 논평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AI가 사람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문제에 대한 대중의 생각을 통제하고 특정 세력이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는데 A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장 두려운 점은 생성형AI 툴을 이용해 선출직 공직자나 후보자를 모방한 딥페이크 영상과 음성을 만들어내 유권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선거 과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도 있다는 점이다.

AI를 이용하면 자금이 부족한 정치 신인들이 유권자들에게 보다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부동층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가는 맞춤형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 그 결과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는 기존 정치세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규합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독재자나 적대 국가에 의해 사용된다면 유권자들을 양극화시키고 정치적 불안정을 부추길 수도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내년에는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총 35억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각급 선거가 치러진다”면서 “AI 혁명의 파괴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민주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시민과 정책 입안자들은 AI가 보다 나은 포용적 민주주의를 위한 힘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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