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한동훈 견제행보?…‘대구 세결집’ 석 달 새 6번 찾았다 [이런정치]
2023-11-27 08:52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연일 현장 방문 행보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에 선을 긋는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한 장관에 대한 견제성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 전 대표의 8월부터 시작된 연이은 ‘대구행’을 두고, 부상하는 한 장관을 견제하기 위한 ‘세(勢) 결집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대구 엑스코에서 자신이 모집한 ‘지지자 연락망’ 참석자들의 모임을 시작하기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동훈 장관의 대구 출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의 그간 공개적 발언을 본다 하더라도, 대구에 대한 애정이 있다 하더라도 출마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며 “한동훈 장관이 대구에서 언급했던 것들도 본인이 학창 시절에 배웠던 역사 정도의 내용이 피상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 전 대표는 전날 방문을 포함해 8월 말부터 대구를 6번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말 ‘대구 치맥페스티벌’과 9월 대구대·경일대 특강, 10월 정책토론회 등 일정을 위해 대구를 방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연이은 대구행을 두고 총선 차출론이 거론되는 한 장관을 견제하기 위한 ‘세 결집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장관은 현재까지 ‘후임 장관 인선’이나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선 “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24일 법무 정책 현장 방문을 위해 찾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임 장관’에 대해 묻는 말에 “저는 공직자고, 그 문제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한 장관이 지난 15일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이틀 만에 보수층의 ‘텃밭’인 대구를 찾아 지지자들과 기차 시간까지 늦추며 사진 촬영을 한 점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중 하나인 울산을 찾은 점,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발언한 점 등에 비춰 한 장관의 총선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5일 법무부-서울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한동훈(왼쪽) 장관과 같은 날 적십자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여한 한 장관 부인 진은정 변호사. [연합]

한 장관의 ‘총선 출마론’에 점차 무게가 실리면서, 마찬가지로 20·30세대와 서울 지역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견제성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4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한 장관의 부모님 고향인 춘천 출마를 언급했던 때를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그 당시에는 굉장히 한동훈 장관 측의 반응이 안 좋았다”며 “그러니까 그때는 아마 제가 그렇게 말했던 의도를 우리는 서울이 어디나 당선될 수 있는데 그런 식으로 왜 지방으로 보내려 하냐 이런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제 얘기는 아니다”라며 “그렇게 말하기에는 춘천이 너무 멋진 곳”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정관에서 열린 2023 국회 세미나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전문가들은 보수 진영 내의 두 사람의 관계를 “대체재”, ‘경쟁 관계’라고 진단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동훈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는 일종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라며 “지난주까지는 이준석 전 대표의 이슈가 대체로 언론, 미디어, SNS를 장악했는데, 이번 주에는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30 세대에서는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한 장관이 부각될수록 이 전 대표에게 조금 불리한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두 사람에 대해 “경쟁 관계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이준석 전 대표는 스스로 뜨는 정치인인데, 한동훈 장관은 이제 수동적으로 띄우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보수 우파에는 중요한 정치적 자원들이기 때문에, 보수 우파의 외연 확대에 서로의 경쟁 관계는 긍정적 효과를 주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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