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번엔 “백악관·펜타곤 촬영” 주장…정찰위성 임무 시작 앞당길 듯
2023-11-28 10:15


북한이 지난 21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발사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통해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 등 주요 시설을 촬영했다고 28일 주장했다.

다만 촬영했다는 위성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과 28일 새벽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에서 지난 25~28일까지의 정찰위성 운용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고 만족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평양시간 27일 23시35분53초 미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조선소, 비행장 지역을 촬영한 자료와 평양시간 27일 23시36분25초 워싱턴 백악관, 펜타곤 등의 대상들을 촬영한 자료들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조선소 지역을 촬영한 자료에서는 4척의 미 해군 핵 항공모함과 1척의 영국 항공모함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서태평양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 25일에는 이탈리아 로마를 촬영한 자료를 보고받았다.

다만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했다는 위성사진을 이번에도 공개하지 않아 해상도, 관측 가능 범위, 영상의 품질 등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미 해군 핵항공모함과 영국 항공모함을 포착했다고 밝힌 것은 정찰위성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북한은 정당한 주권행사라며 안보리 소집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27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현재 50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느냐”고 반박했다.

김 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는 “그럼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위성을 날리느냐”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이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한미·한미일 훈련 등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미국의 위협이 없었다면 북한도 정찰위성이 아닌 통신위성 등 민간용 위성부터 발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도 담화를 통해 정찰위성 발사는 외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합법적인 방위권 행사라는 논리를 펼쳤다.

김 부상은 “유엔 성원국이라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우주개발권리를 유독 공화국만이 누릴 수 없다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도적 주장은 단순히 차별성과 이중기준에 관한 문제이기 전에 공화국의 존재 명분을 부정하는 가장 극악하고 철면피한 주권침해의 대표적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 등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을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뚜렷한 결과물은 도출하지 못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상임이사국 두 개국이 북한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 함께하지 않고 있다”며 중·러를 겨냥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내달 1일 예고한 정찰위성의 정식 임무 시작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정찰위성에 대한 세밀 조종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관제 수단과 체계에 의해 정확히 진행되고 있으며 1~2일 정도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NSC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뻔뻔히 위반한 것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외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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