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열쇠, 경제 문화 로드맵
2023-11-29 12:00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윤 정부의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선거라 할 수 있다. 윤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 온 정책은 크게 경제와 외교 안보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민생, 후자는 국방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국방 정책의 기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 동맹 외교의 복원을 통해 북한에 대응하는 국가의 안보 지형을 공고히 하는 데 있다. 이는 이전 정부의 ‘큰 나라’ 중국 편향 정책에 대한 거부이자 수정이기도 하다. 당연 타당하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 회복과 나토 및 동맹 외교의 확대는 과제이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정책은 어떤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기조는 보수 정권의 정책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전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거부로 특징 지워진다. 문 정부의 이른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제로는 소비주도성장 정책이었다.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 정책의 당연한 지향점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경제학은 전통적으로 소득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이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 증가는 대체로 성장주도 정책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는 인위적으로 소득을 올려주면 소비가 증가하고 그것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단순 순환을 주장했다. 지극히 위험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이었다. 소득 증가를 명분으로 정부의 자의적 시장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이런 주장은 시장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장실패를 모 국회의원은 시장의 실패가 곧 정부의 실패가 아니라는 궤변으로 오히려 시장을 탓했다. 시장 경제에서 시장실패는 정부가 책임져야 하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윤 정부는 어떤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단순히 이전 정부의 정책에 반대되는 정책을 펼친다고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소주성 정책과 대비되는, 정책의 방향성과 비전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국민은 경제 활동에 의문과 불안을 가질 것이며, 정부 경제 정책의 성과도 각인되지 않는다. 정부 초기에 이미 이것을 명확히 했어야 하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 점을 무시하고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대부분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과거 MB정부 정책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대통령실이 역할을 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

어떤 점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문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했던 문 정부가 뼈아프게 생각한다는 주택정책의 실패는 사실은 예견된 당연한 결과였다. 각종 보조금의 남발과 특혜성 정책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시장실패는 미리 프로그램되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원칙적으로 시장실패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조금 등 지원성 정책은 자력 활동을 위한 한시적 정책이 돼야 한다. 그런데 윤 정부 역시 물가 관리와 세금 등에서 시장 개입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하고 있다. 국민은 정부가 어떤 원칙으로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무원칙의 경쟁은 가장 나쁜 정책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은 문화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윤 정부의 문화 정책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이른바 K-문화에 의존하는 것은 문화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문화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강한 자발성을 가진다. 경제 활동이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 문화 활동은 원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문화를 지원하는 것은 이런 자발적 활동이 각자에게 욕구를 충족시키고 행복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중문화처럼 누구나 비슷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될 수도, 아니면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문화의 다양성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성이 없는 문화는 결국 아무런 유익을 줄 수 없는 불모의 문화가 된다. 정부가 인기 있는 대중문화나 예술만을 내세우거나 지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취미와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문화라면, 이것이 자신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활동이 되면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경제와 문화가 합쳐진다면 바로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 개인적으로 보면 좋아서 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는 경우다. 여기서 개인의 경쟁력은 신장되고 이노베이션의 의지와 행복감은 합쳐질 수 있다. 이런 경우 국가 전체로는 경제의 생산과 문화의 소비와 분배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선순환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과제는 경제와 문화의 성공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경제 문화 정책을 찾는 데 있을 것이다. 사실 윤 정부의 성공도 여기에 달려 있고, 초미의 관심사 총선의 승리도 경제 문화 정책의 로드맵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데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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