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벌어진 시크교 지도자 암살 시도…이들이 ‘분리주의’ 외치는 이유 [디브리핑]
2023-12-01 15:54


시크교 분리주의자인 구르파트완트 싱 파눈.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검찰이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을 해온 인도계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암살 계획에 인도 정부 요원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의 공소장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안에 대해 인도 정부는 미국 당국에 일단 조사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1일(현지시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언론브리핑에서 암살 배후에 인도 정부가 지목된 것에 ‘우려 사항’(a matter of concern)이라고 언급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바그치 대변인은 “이것(시크교도 분리주의자 암살)은 우리 정부의 정책에 반한다고 밝혀왔다”면서 미국 측은 범죄조직원, 총기 밀반입자, 테러리스트, 여타 극단주의자들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그러한 정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 문제와 관련한 모든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기 위한 고위급 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번 미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뉴욕 남부 연방지검은 29일 시크교 분리주의자인 구르파트완트 싱 파눈에 대한 암살 시도 혐의로 인도 국적 니힐 굽타를 기소하며 공소장을 공개했다. 니킬 굽타가 지난 6월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파눈을 암살하기 위해 살인청부업자로 위장한 미국 정부 요원에게 10만 달러(한화 약 1억3000만원)를 지불했다는 내용이다.

파눈을 암살하려는 계획에도 불구하고 굽타가 고용한 청부업자는 위장한 미국 정보요원으로 나타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그는 올해 6월 말 체코에서 미국 요원에게 체포됐다. 이후 굽타는 인도 경찰 출신 정부 보안요원에게 구체적인 암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 당국은 전했다.

印서 독립국 ‘칼리스탄’ 건국 외치는 ‘시크교도’

지난 9월 캐나다 밴쿠버의 인도 영사관 앞에서 한 시크교도 남성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로이터]

굽타가 암살을 시도하려 한 파눈은 뉴욕을 기반으로 한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정의를 위한 시크(Sikhs for Justice·SFJ)’ 법무 책임자이다. 인도는 2020년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파눈이 소속된 시크는 시크교는 오늘날 인도와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에서 16세기에 설립된 세계의 주요 종교 중 하나다. 시크교도들은 인도 서북부 펀자브 지역에 자치국가 ‘칼리스탄(Khalistan)’을 세우겠다며 1966년부터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 인도 펀잡 지방에서 대규모의 시크교도들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남긴 유혈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캐나다서도 지난 6월 시크교도 암살 사건…인도와 외교 마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왼쪽)이 9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뒤를 지나고 있다. [AP]

오늘날 시크교도들의 분리주의 운동은 이전만 같진 않다. 하지만, 해외 각국으로 퍼져 있는 시크교도들 중심으로 크고 작은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는 시크교도 수가 78만명에 이를 만큼 해외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밴쿠버 외곽 시크교 사원 주차장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997년 캐나다로 이민을 간 니자르는 이후 브리티쉬컬럼비아주에서 시크교도 핵심 관계자로 활동했다. 이후 인도는 2020년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인도 언론은 니자르는 최근 인도에서 분리국가 설립을 위한 비공식적인 국민투표를 조직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총격 사건 이후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인적 증언은 물적 증거도 확보했다고 강하게 내세웠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반박하는 등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인도 정부 배후 의혹에도…美·印 관계 악화 없을 듯

지난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

다만 암살 사건 이후 인도와 큰 마찰을 빚었던 캐나다와 달리 미국과 인도 관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인도 당국은 이번 사안으로 인한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관리 등의 말을 빌려 인도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이같이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 미국은 시크교도 및 소수자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보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향한 지정학적 애정이 더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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