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연말 정국에 불어올 야권 정계 개편 논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른 비명계 의원들은 우선 당 내부에서 변화를 촉구하면서 향후 행보를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깊다”며 “그러나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줄곧 그 문제를 지적하고 이재명 대표의 퇴진을 주장해왔던 저로서는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라는 분들한테 또 동료 후배 의원들한테 여러 가지 하여튼 미운 털이 박혀 있어서 사실은 거기에 시달리는 점이 보통 고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정치 세력’ 추진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워낙 독과점 구조가 방대하고 또 영호남이라는 지역적 패권과 결부돼 있기 때문에 너무나 강고하다”며 “제3의 정치세력이 등장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뜻을 같이 하는 상식의 정치를 복원한다는 점에 같이 하는 여러 세력들이 연합을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의 탈당 선언에 대해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 얘기는 진작부터 나왔던 것 아닌가”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 탈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이야말로 이 의원 탈당 선언이 당내에 몰고 올 파장을 역설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소속 의원이 당에 문제를 제기하고 탈당을 했다는 게 민주당에 좋은 소식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당장 이 의원 탈당 선언 후 비명계인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으로 구성된 모임인 ‘원칙과상식’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원칙과상식’ 의원들은 전날 ‘원칙과 상식 민심소통3’ 세미나 후 연 기자 간담회에서 ‘이달 중순 결단’ 입장을 밝혔다.
윤 의원은 이 의원이 ‘이재명 사당화’ 등을 주장하며 탈당한 것에 대해 “문제의식 자체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해법에서 저희와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독자적 노선을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당과 관련한 질문에는 “12월 중순까지 (혁신 요구에 대한) 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고 저희가 요구하는 부분들에 대한 전체 평가도 필요하다”며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실존적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어쨌든 (민주당을) 괄목상대 할 만하게 바꾸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말했다. 원칙과상식은 오는 10일 당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사들과 대규모 토론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전 대표도 연일 보폭을 넓히며 이 대표 견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귀국 이후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두 차례 만나 당과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 직하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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