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에 발목 잡힐라”…K-배터리, 지분매입 놓고 중국과 ‘끝장 협상’ 가능성도 [비즈360]
2023-12-04 11:12


전북 군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의 모습.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가 전구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LG화학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기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유코발트와 조인트벤처(JV)를 추진하는 것은 화유코발트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국회사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규정된다면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LG화학 관계자, 지난 4월 컨퍼런스콜)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외국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에서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면서 우리 배터리·소재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당장 추가적인 지분매입 등을 놓고 중국 측과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JV의 경우 양측이 50대 50 정도로 지분을 나눠갖고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국 기업들이 지분을 파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이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실효적 통제권을 갖는) 기업’을 FEOC로 규정하고 이들 기업이 생산한 광물·부품이 배터리에 사용될 경우 차량 1대당 최대 7500달러(광물 3750달러, 부품 3750달러)에 달하는 소비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이들 정부가 합작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중을 지분율을 25% 아래로 제한한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광물이 채굴됐다고 하더라도, 중국 회사의 지분이 포함됐을 경우 제재 대상이다.

이번 세부 규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 달 뒤인 내년 1월부터다. 미국에서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IRA 보조금을 받기 어렵게 되고, 이듬해인 2025년부터는 중국 기업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도 FEOC 규제를 받게 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V(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유 중인 중국의 미국 진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도, 향후 기준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여전히 남겨뒀다”면서 “지분이 25%보다 낮더라도 (중국 측이) 실효적으로 통제권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간주될 경우에는 배터리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소재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 대다수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수급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 다수의 추가 생산거점이 중국과 합작으로 준비되고 있다.

글로벌 메탈·광산시장조사업체 CRU의 집계를 보면 동력 배터리 제조용 광물에 대한 중국의 점유율은 흑연 70%, 망간 95%, 코발트 73%, 리튬 67%, 니켈 63% 등에 달한다. 또한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해 광물을 제련하는 분야에서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 교체하기도 힘들다.

LG에너지솔루션이 모로코에서 중국기업 야화와 함께 하기로 검토 중인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을 비롯해, LG화학이 중국 기업 화유코발트와 구미에 짓기로 한 양극재와 새만금에 짓기로한 전구체 공장 등도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중국 거린메이(GEM)와 짓기로 한 전구체 공장도 이번 조치로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 내에서 친환경 소재를 담당하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에도 여파가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이 중국 지분이 40% 이상 포함돼 있다. 당장 미국정부가 주는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해당 기업들은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국 기업의 지분율을 25% 이하로 낮춰야 한다. SK온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추가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 2900억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2∼3년간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소재의 대(對) 중국 의존도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협력 중국 기업의 정부 관여 정도에 따라 조달선 교체, 합작투자 지분율 조정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유럽 등 신시장 확대가 ‘K-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에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FEOC 발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와 소재 자립에 성공한다면 사실상 한중일 3국 경쟁 구도인 배터리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누르고 승기를 잡을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요 기업들도 최근 이같은 변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100% 자체 투자로 전남 광양 양극재 공장 인근에 양극재의 핵심인 전구체를 연간 4만5000t 규모로 생산하는 공장을 내년 준공한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니켈을 생산하고,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등에서도 리튬 원료를 확보에 나섰다. 에코프로그룹 핵심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최근 코스피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생산시설 확대에 투입, 전구체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배터리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초 IRA 규정이 발표되면서, 많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산 소재를 대체할 방법을 끊임없이 검토해 왔고 이번 세부 규정으로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당장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에 수출하는 배터리 소재의 자원 독립을 이뤄낼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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