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2조원대’ 추락한 이커머스의 몸값…PEF 출구 전략 고심 [투자360]
2023-12-05 10:01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출구 전략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네이버·쿠팡으로 대표되는 선두 기업마저 주가가 하락하는 분위기 속에서 후발주자들이 조 단위 몸값을 설득할 논리는 빈약한 실정이다.

재무적투자자(FI)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유동성을 보강해주고 있으나 주요 이커머스 기업이 흑자전환까지 갈 길은 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2강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과 코스피 상장사 네이버의 최근 2년 동안 주가는 40% 이상 하락했다. 2021년 3월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완료한 직후 이커머스 사업 성장성이 부각되며 몸값을 나날이 높였으나 시장에서 실적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며 주가는 주춤해진 상황이다.

물론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 네이버와 쿠팡은 타사를 압도하며 2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네이버는 멤버십 서비스로 이용자 락인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쿠팡은 IPO 이후 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세를 넓히고 있다.

문제는 투자 가치가 낮아진 시점에 호황기 이커머스에 베팅한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 회수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의 11번가가 꼽힌다. 11번가는 2018년 H&Q코리아와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을 당시 포스트 밸류(Post money Value)가 2조7500억원에 달했다.

기존에 IPO를 통해 FI 엑시트 창구를 열어줄 계획이었지만 지속된 적자로 인해 상장에 나설 체력을 키우지 못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순손실은 852억원을 기록 중이다.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싱가포르 소재 이커머스 기업 큐텐에 11번가 매각을 검토했으나 원매자의 인수 희망가격이 5000억원대에 머무른 탓에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11번가 FI는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을 끌어와 경영권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신선식품 배송시장을 개척한 컬리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2021년 프리IPO 과정에서 4조원대 몸값을 인정 받았으나 누적된 손실에 밸류 설득력은 저하됐다.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누적 결손금이 2조2138억원을 기록하는 상태다.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하다가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계획을 접기도 했다.

컬리는 IPO가 미뤄지면서 현금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올해 기존 FI로부터 추가 펀딩을 받기도 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아스펙스캐피탈 등을 통해 1200억원을 투자 받는 과정에서 몸값 저하는 감내해야 했다. 당시 포스트 밸류는 2조6757억원까지 조정됐다.

상장을 추진하는 신세계 그룹의 SSG닷컴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SSG닷컴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에서 총 1조원을 투자 받았다. SSG닷컴의 포스트 밸류는 3조3000억원대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11번가, 컬리 등과 마찬가지로 순손실 상태다.

올해 결산 기준 SSG닷컴은 FI에 약속한 경영 실적과 IPO 조건 등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FI 측에서 내년에 최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에 풋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요 이커머스 모두 수익성 문제를 풀지 못해 '구조적 적자' 이미지는 강화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투자 가치가 낮아지면서 자금 조달 어려움은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시장 관계자는 “컬리의 경우 경영권 매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으며 물류 효율화 없이는 흑자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 체제가 견고해 11번가, SSG닷컴 등 나머지 업체들이 강자와 싸우기보단 이합집산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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