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여유분 구매 줄이어...“불안해 2통 미리 샀다”
2023-12-06 11:37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돌연 보류한 가운데 6일 서울시 한 주유소에서 주유소 관계자가 창고에 남아있는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3개월에 한 번씩 10ℓ짜리 요소수 한 통을 넣어야 되는데 2개를 미리 샀어요. 요소수 대란이 올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작년처럼 아예 없어지면 일을 못하잖아요.”

현대자동차의 포터 2를 모는 강모(60) 씨는 서울시 도봉구의 한 주유소에서 10ℓ짜리 요소수를 구매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세관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요소 통관을 막고, 중국 비료 업계가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다. 트럭 차주 등 요소수에 생계가 달린 시민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서울 시내 주유소 5곳을 돌아보니, 여유분을 구매하려는 차주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현대 마이티 트럭 사다리차를 모는 A(43) 씨는 주유를 하러 들린 주유소에서 10ℓ 요소수 한 통을 여유분으로 구매했다. A 씨는 “10ℓ 요소수 한 통을 사면 2~3주 만에 끝난다”며 “이미 여유분은 2~3통 구비해놨고, 혹시 몰라서 한 통 더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스타렉스를 모는 신모(65) 씨는 10ℓ짜리 요소수를 10통 구비해 놨다고 했다. 신씨는 “10ℓ 요소수를 한 달이면 다 쓰는데, 요소수가 없으면 생업에 지장이 있다”며 “재작년 대란 났을 때 10ℓ에 5만원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작년에 10ℓ들이 개당 1만2000원 정도를 주고 미리 사놨다”고 했다.

주유소에서도 차주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주유소 직원 권모(57) 씨는 “엊그저께부터 1개 살 거 2개 사는 차주들이 늘었다”면서 “보통 때는 한 2~3개 정도, 아예 안 나갈 때도 있는데 어제 오전만 해도 10ℓ 16000원짜리 요소수가 5~10개 정도 나갔다”고 했다. 또 다른 주유소 사장인 50대 초반 손모 씨는 “요소수가 모자랄 것 같으면 1인당 1개씩 제한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벌써부터 가격이 2배 이상 훅 뛰기도 했다. 요소수를 파는 한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한 때 유록스 브랜드의 요소수 10ℓ 한 통에 7만5000원 선에 팔았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은 “요소수 대란 기사로 인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된 상태”라며 “현재는 소량만 입고되고 있고, 입고단가도 인상되면서 판매단가 변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버스 업계에서는 요소수 대란을 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요소수를 사용하는 차량 14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 서울의 B 운수회사는 9000~1만ℓ까지 보유량을 늘렸다고 한다. B사는 “지난주에 4000ℓ를 들여와서 지금 5000ℓ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어제 4000ℓ를 추가로 더 주문해 이번 주 안에 더 공급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버스를 가진 운수업체가 22곳 정도, 서울 시내 총 845대 있다”며 “만약 요소수를 못 구하면 845대가 못 움직이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수업체들이 1~2개월 치는 가지고 있는데, 세 달 이후에도 수급이 어려워지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운수업체별로 잔고가 어느 정도 되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다만 상황을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연합회는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를 조금씩 하는 움직임은 있지만 요소수 부족으로 인해 차량 운행이 중단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아직 피해를 보고 받은 바는 없고, 재작년 요소수가 부족했을 때 매점매석이 문제가 됐기 때문에, 지역별 협회를 통해 동향 파악을 하고, 사재기 움직임이 보이면 주무부처에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화물운송업체 대표 30대 후반 C씨도 “요소수가 위태위태한 건 작년이었고, 올해 9월에도 수급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시끌시끌했는데 무난히 넘어간 만큼 지금 시기도 무난하게 통과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C씨는 “재작년 파동 이후 화물차주들이 한 두 달은 버틸 수 있는 10ℓ짜리 100개들이 요소수 한 파레트씩은 항상 비축해 놓는다”면서 “하지만 한 파레트를 언제까지 비축하고 있어야 되냐는 불만은 있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1년 요소수 사태에서는 물량이 적은 게 문제였는데, 지금은 재고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고 현재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며 “정부도 안정적으로 요소수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심리로 인해서 가수요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합리적인 소비활동이 더 바람직하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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