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지키는 한화 ‘레드백’...3조원 규모 수출
2023-12-08 11:40


한국의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사진)’이 호주 대륙을 달린다.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에서 이름을 딴 레드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 수출용으로 기획한 첨단 장갑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호주법인(HDA)과 호주 국방부 간 레드백 129대 등을 공급하는 3조1649억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도 “호주 멜버른에서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HDA)와 호주 획득관리단 간 레드백 장갑차 수출계약이 체결됐다”고 확인했다.

레드백은 지난 7월 호주 육군의 궤도형 보병전투차량 획득사업(Land400 3단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방사청은 “이번 쾌거는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리 무기체계의 저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방부, 외교부, 방사청, 육군 등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 지원이 이뤄낸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엄동환 방사청장은 “한국과 호주 양국이 레드백을 기반으로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협력 동반자로서 육·해·공·우주·첨단분야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며 “우방국 국가안보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백은 지난 2019년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의 링스(Lynx) 장갑차와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돼 차량성능과 방호, 화력, 운용자 평가, 정비·수송 등 시험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028년까지 레드백 129대를 순차 공급하게 된다.

향후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자주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함께 생산될 예정이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FA 50 경공격기 등이 이미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레드백이 또 하나의 ‘K-방산’ 효자로 합류한 셈이다.

특히 이번 레드백 호주 수출은 국내 방산기업이 수출형으로 기획해 해외 선진 방산시장에 진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레드백은 국내에서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체계를 업체 주도로 연구개발한 뒤 테스트를 거쳐 호주에 진출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과 군 당국은 ‘수출용 무기체계 군 시범운용 제도’를 도입하고 육군 11사단 기갑수색대대에서 레드백을 시범운용하는 등 호주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리차드 조 HDA 법인장은 “도면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최종 후보 결정 한 달을 앞두고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고, 이후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면서 구축한 신뢰가 최종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호주 진출을 시작으로 레드백의 다른 국가로의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

미국과 최고 수준의 안보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호주는 무기체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하고 있어 호주 진출은 그만큼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레드백이 호주 육군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능을 충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국가의 관심과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정부와 군의 전폭적인 제도 지원과 외교로 레드백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며 “대한민국의 잘 갖춰진 방산 부품생태계와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 첨단기술을 결합해 방위산업이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상현·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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