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러다 푸틴에 진짜로 진다”…‘내년 여름 패배’ 최악 가설까지 나왔다, 무슨 일[종합]
2023-12-16 19:52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유럽·아프리카군 사령부가 있는 독일 비스바덴 미군기지를 방문해 사령관들과 함께 걷고 있다. 비스바덴 미군기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조율을 위한 센터를 설치하려 했던 곳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의 패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안 처리 지연을 장기화하면서 우크라 현지의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동맹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 지연이 우크라 국방력에 줄 영향과 장기적 패배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원조 없이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를 서방 정보기관이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최악의 경우가 현실화하면 우크라는 내년 여름께 패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우크라군은 벌써부터 탄약 소모를 줄이는 등 대처에 나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이 5~7발 포탄을 쏠 때 우크라이나군은 한 발밖에 쏘지 못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고 미국과 우크라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이 발을 빼면 더 큰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유럽 각국도 원조를 멈추거나 미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헝가리는 14일 벨기에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 유로(약 71조원) 상당의 예산 지원에 딴지를 거는 등 일부 국가는 이번 전쟁을 기회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까지 흔들리면 서방의 대러 전선은 유리성처럼 깨질 수도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마이크 퀴글리 하원의원은 "우리 쪽 상황이 안 좋아지면 우리 동맹들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알려진 도네츠크의 마리우폴에서 13일(현지시간) 아파트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파트 블럭 주변에는 전쟁 중 부서진 집들이 보인다. [연합]

서방 당국자들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해 외부 원조가 끊기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에 핵심적 무기가 차례로 떨어져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있다고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가 없다면 그들은 확실히 패배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맺으면 미국의 세계 전략과 유럽의 안보에 타격이 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지금은 전쟁 피로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굴복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고, 이는 모두에게 재앙"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614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의 군사지원 등이 포함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협조하지 않으며 처리가 지연돼왔다.


러시아 남부군 소속 보병 기계화부대가 11일(현지시간) 자국의 '특별군사작전' 지역인 크라스노야르스크 지구 내 아르툐몹스크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반격 기세가 한풀 꺾인 틈을 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의 EU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로 결론 내린 데 대해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이날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로서는 지난해 6월 EU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지 약 1년6개월만에 'EU 울타리'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 계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자 유럽 전체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다만 가입 협상이 정식으로 개시되더라도 실제 회원국 합류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전쟁 장기화 여파로 서방의 연대 의지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나온 상황인 만큼, 우크라이나는 이를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손된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이날 키이우 주택가에 미사일이 날아들어 최소 25명이 다쳤다. [연합]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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