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반도체 공급망의 빛과 소금, 네덜란드와 한국
2023-12-19 08:55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이사

전자제품의 기능 대부분은 반도체 덕분에 이뤄진다. 휴대폰을 예로 들면 무선 통신 기능, 촬영 센서, 저장 메모리, 와이파이, 블루투스, 각종 앱을 사용하게 하는 연산기능 등 이 모든 기능을 실현하는데 반도체가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진입한 현재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반도체를 전세계 소요량의 20%를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전세계 소요량의 60%를 공급한다. 우리의 반도체는 전세계인들의 일상 편의에 기여한다. 대한민국 반도체는 그야말로 소금과 같은 존재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국가가 되기까지는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협력국이 매우 중요했다. 이 중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것을 제공했다. 바로 빛을 사용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다.

반도체 제조과정은 실리콘 재질의 기판 위에 전자회로를 물리적으로 만드는 과정인데, 이는 회로 형성에 필요한 물질을 입히는 ‘증착’, 빛을 사용해 형상의 기준을 만드는 ‘노광’, 이를 물리적 형상으로 만드는 ‘식각’,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는 ‘세정 및 CMP’ 등의 공정이 반복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과정인 빛을 사용하는 노광 과정은 과학기술이 집약되어 있고, 매우 복잡하게 구성된 장비를 사용한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기술 난이도가 높다. 이를 유일하게 제조하는 곳이 네덜란드의 ‘ASML’이라는 회사다.

우리가 소금과 같은 반도체를 만들어서 전세계에 공급하려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빛을 네덜란드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그래서 두 나라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매우 중요한 동반자다. 2022년 한해에 우리나라 기업이 구매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27%를 네덜란드에서 구매했다. 특히 ‘ASML’은 이를 근접 지원하기 위해 용인에 최첨단 교육장비를 구비한 트레이닝센터를 개소하였고, 화성에는 2025년까지 2400억을 투자해 재제조센터 등을 구축하는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한국에서 빛을 더 밝힐수록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더욱 안정될 것이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의 자동차용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NXP’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에게도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는 반도체 강국이지만 아직은 자동차용 반도체는 외산에 많이 의존할 정도로 기술이 초기 단계이다. 상호보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ASM’이라는 회사는 반도체의 패키징과 테스트에 사용되는 장비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이다. 패키징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측은 그간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양국이 반도체산업에서 가장 필요한 인재를 공동으로 육성하는 것, 첨단반도체 핵심소재 및 부품의 공동개발 등은 양국에서 매우 흥미로운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은 반도체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과 반도체 장비 제조 강국인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화 및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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