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박상현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제2의 김기현’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친윤계가 띄운 ‘한동훈 비대위설’이 관철됐다는 것이 주된 평가인 가운데, 당내에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자조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한 장관이 용산과 ‘거리두기’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소속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에 이어 당 원로들의 의견까지 청취한 뒤 다음주께 비대위원장 인선을 결정할 계획이다.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 장관의 전날 발언 이후 ‘비대위원장 인선’ 시계가 빨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한 장관의 전날 발언은 사실상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발언”이라며 “윤 권한대행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한 장관이 ‘제2의 김기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철규-한동훈’ 관계가 ‘제2의 김장연대’라는 시각도 있다. 이철규 의원은 원래도 친윤계 핵심이었지만 장제원, 김기현 의원이 자취를 감춘 후 전면에서 비대위원장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설’을 처음 띄운 것도 이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지난 18일 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전후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친윤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기현 전 대표를 친윤계가 사실상 추대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3월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전 대표는 ‘윤심’을 언급하며 세몰이에 성공했는데 이면에는 ‘김장연대’가 있었다. 장제원, 이철규, 박성민 등 친윤계 의원들은 김 전 대표의 경쟁자를 쓰러트리는 데 앞장섰다.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박 의원이 ‘초선 연판장’을 주도했고 이 의원이 직접 나 전 의원을 설득했다.
한 장관이 ‘수직적’ 당정관계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윤계에 힘입어 정계에 입문한 것이 한 장관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윤계 의원은 전날 한 장관 발언에 대해 “약속 대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를 일방적으로 대변한 다음에 ‘맹종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맞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통령실의 희한한 인사를 내거나 각종 사건이 있었을 때 단 한번이라도 바른 소리를 하거나 반대를 해본 적도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3,8 전당대회 부작용이 10월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때 드러났는데 당이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며 “용산 대통령실이 사실상 ‘내려 앉힌’ 모습이 이미 연출됐는데 한 장관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일부 의원들은 한 장관 비대위 임기 초기에 용산과 거리두기하는 모습을 연출하려고 하겠지만, 금방 들통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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