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살인예고 글 중국인 남성 무죄
2023-12-20 15:04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 왕모씨(31)가 지난 8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남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불법 체류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부는 20일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남성 왕모(31)씨에 대해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무죄라고 판결했다.

왕 씨는 지난 8월 4일 오전 9시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의 A게시판에 “5일 오후 3시에서 12시 사이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왕 씨는 8초만에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 대학생 커뮤니티인 B사이트 등으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당시 혜화경찰서는 인터넷 주소(IP) 추적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튿날인 5일 오전 왕 씨의 자택에서 왕 씨를 검거했으며 이후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A게시판의 글이 B사이트 등 다른 온라인 사이트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왕 씨가 관여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당시 온라인에 유포됐던 게시글은 조회수가 ‘0’으로 사실상 게시글을 올린 당사자인 왕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실제 공포감을 느낀 게시글은 최초 게시글이 아닌 유포 게시글이었기 때문에, 유포를 한 행위를 입증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최초)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 발견됐고 조회수는 0으로 표시됐다. 이후 7시 30분께 B사이트에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캡처글이 게시됐다”면서도 “B사이트의 글에 캡처글이 올라온 사정만으로 왕 씨가 B사이트 게시에 관여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A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고, 캡처한 행위만으로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A게시판 글 게시후 8초 만에 삭제한 사정 등에 비춰보면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정해진 체류 기간을 어리고 불법 체류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왕 씨는 국내 체류 기간이 2021년 3월 만료됐으나 귀국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러 온 것으로 파악됐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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