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끊기 힘드시죠? 10만원에 퇴사컨설팅 받으세요”
2023-12-27 11:26


퇴사대행 서비스 ‘바이바이’대표 오세경 노무사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오늘날 퇴사란 새로운 진로, 혹은 더 나은 근로여건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선택으로 존중을 받는다. 그럼에도 퇴사가 쉽지만은 않다. 퇴사 의사를 회사에 통보하면 이를 말리려는 측과 직장인 사이의 ‘밀당’이 시작된다. 그간의 쌓인 정(情) 탓에 많은 직장인이 사무실에 다시 주저 앉는 일도 다반사다. 이 같은 직장인의 고민을 포착한 이가 있다. 23년차 공인노무사이자 노무법인 두레를 이끌고 있는 오세경 바이바이 대표다.

오 대표는 “노무사로 오래 일한 경험을 살려 조금은 색다른,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동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다보니 의외로 퇴사를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 서비스로 시장에 내놓으면 수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퇴사대행 서비스 바이바이는 우선 비대면으로 고객과 퇴사 상담 컨설팅을 진행한다. 퇴직금 분쟁 혹은 직장 내 괴롭힘 등 퇴사대행 서비스를 원하는 이유를 파악한 뒤 고객으로부터 위임장과 사직원을 받는다. 이후 바이바이 소속 노무사가 회사 측에 의사를 전달하면 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된다.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은 10만원 가량. 오 대표는 “사회초년생 청년을 주로 상대하다보니 비용을 더 높이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절차지만, 이를 진행하기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바이바이를 찾아온다고 한다. 2020년 법인 설립 당시만 해도 한 달에 1건에 불과했던 상담은 현재 매일 1~2건씩 꾸준히 들어올 정도로 늘었다. 초기엔 오 대표 홀로 모든 상담을 맡았으나 이제는 노무사 7명이 함께 일한다. 고객 대다수는 20~30대 청년층이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늘면서 50대 중장년층 고객도 늘었다.

“대표님, 혹시 회사가 해코지한다고 협박 안 하던가요?” 최근 바이바이를 통해 퇴사를 진행한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 대표는 “퇴사 의사를 표명했을 때, 회사로부터 ‘갑자기 그만두면 어떻게 하느냐’ 등 협박 내지는 압박을 받다 버티다 못해 찾아오고, 상담을 하며 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퇴사대행을 진행하다보면 10건 중 3건 꼴로 “(퇴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협박을 해오기도 한다. 오 대표는 “법적으로 사직의 자유가 있는만큼 실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사례는 없지만, 개인이 혼자 퇴사를 하려는 과정에선 이런 협박에 크게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청년의 ‘이른 퇴사’를 두고 ‘끈기가 없다’, ‘애사심이 없다’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올드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젊은 세대는 소위 ‘열정페이’를 용납하지 않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 부분에서 기성세대와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퇴사를 고민하는 근로자 반대편엔, ‘해고’를 고민하는 기업의 고충도 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기업들이다. 바이바이에선 이런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이 맞이한 초고령화 사회에 퇴사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다. 오 대표는 “퇴직을 둘러싼 청년과 기업의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사회공익적 측면이 있다고도 생각해 ‘퇴직’이라는 분야를 차별화해 계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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