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 팬오션 M&A와 같은듯 다른 전략
2023-12-27 11:32


HMM 경영권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합병(M&A) 전략 카드를 다시 꺼낼 지 주목되고 있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 후 5년 무배당을 근거로 HMM 배당 최소화를 약속한 만큼 재무 부담 통제 역량이 요구된다.

물론 팬오션은 회생절차를 밟던 중 하림 품에 안긴 사례로 HMM과 차이는 뚜렷하다. 두 건 모두 동일한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유동성을 보강한 가운데 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약 6조4000억원으로 HMM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18일 매도인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림지주의 9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4591억원으로 인수자금 중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할 개연성이 언급된다. 인수 주체인 팬오션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도 고려하지만 팬오션 최대주주가 하림지주(지분율 54.7%)인만큼 유증 청약을 위한 재원 확보는 필요할 전망이다.

HMM 주주와 임직원 등은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이번 거래에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림이 HMM 인수 이후 배당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할 것을 우려한다. 이에 하림은 전날 공식 입장을 통해 고배당 가능성과 선을 그었다.

하림은 HMM 배당 최소화를 통해 재무 부담을 HMM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근거로 팬오션 M&A 사례를 앞세웠다.

하림은 2015년 팬오션 인수 이후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5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다만 팬오션의 경우 법정관리를 받던 중 하림에 인수된 기업으로 HMM 딜과 성격은 다르다. 팬오션은 2017년까지 결손 상태로 배당의 재원이 없기도 했다. 반면 HMM의 9월 말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10조488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팬오션의 경우 인수 당시부터 하림의 출자를 통한 자금 지원이 필요했지만 HMM은 순현금 상태다. HMM 경영권 양수도 딜은 구주만 거래되는 방식이다.

하림은 팬오션 M&A와 동일하게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동행하는 점은 관전포인트다. 자금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FI의 퇴로를 어떤 방식으로 보장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팬오션 딜의 경우 JKL파트너스가 인수 대금의 20%인 1700억원을 책임졌다. 당시 하림은 3년 후 FI 지분 30% 콜옵션, 풋옵션 등 제공해 JKL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를 약속했다. 이번 HMM 딜에서 JKL파트너스는 예상 인수대금의 약 8%인 5000억원을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이 매도자 측에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의 전환 유예를 요청한 점은 FI를 고려한 조치로 파악된다. 하림은 HMM 배당을 최소화한다고 공표한 만큼 영구채 전환 유예로 유의미한 수준의 배당금을 확보하긴 어렵다.

하림은 영구채 전환 유예는 오버행(Overhang)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영구채 전환에 따른 대량 신주가 발행될 경우 주식가치 희석이 부담 요소다. 당장 내년 5월부터 영구채 전환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림은 전략적투자자(SI)인만큼 HMM의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사업에 걸림돌은 아니다. 하림과 달리 매각을 염두에 두는 FI는 HMM 주가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림 입장에서는 콜옵션, 풋옵션 등에 대응하기보단 FI가 직접 지분을 처분해야 자금 부담은 완화된다.

하림은 HMM의 유보금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매도자 측과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 종결을 계획하고 있다. 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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