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룰 브레이커’다운 모습 보인 기안84[서병기 연예톡톡]
2023-12-30 14:38


대상 수상소감을 말하는 기안84의 시선은 아래를 향해있다. 전현무의 시선과 달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의 기안84가 29일 MBC 공개홀에서 열린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기안84는 역시 ‘룰 브레이커(Rule Breaker)’답게 시상식에서도 반대로 행동했다. 연말 연예대상, 연기대상은 축제의 성격을 가진다. 참가하는 자들은 이 축제를 조금은 즐겨야 한다. 즐긴다는 건 간단하다. 자신이 호명돼 수상하게 되면, 마음껏 기뻐하고, 남의 수상에 큰 박수와 격려, 응원을 보내면 된다.

하지만 기안84는 이날 시상식을 조금도 즐기지 못했다. 시종 진지 모드였다. 대상 발표를 위해 시상자로 나온 차태현이 시간을 질질 끌고 있어도 기안84는 이 순간을 즐기지 못했다.

일주일전부터 대상을 포기했다는 유재석과 연예대상 진행자인 전현무 등 기안84와 함께 대상 후배에 오른 사람들과는 대조적이었다. 대입 시험장 발표장에 와있는듯 초조해했다. 얼굴도 들지 않았다. 발표가 임박해지자 그의 얼굴에는 비장미마저 감돌았다.

연말 시상식에서조차도 의도하지 않는 차별성은 기안84라는 캐릭터를 살아있게 했다. 수상소감은 준비했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들은 방송 사고를 낼까봐 살짝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메모지가 전달되기도 했다. 길게 이어진 수상소감이 끝나가는데도 동료, 제작진에 대한 감사 한마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수상소감 발표시에도 긴장감을 주는 기안84였다.

기안84는 "효도 한번 못하고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게 너무 아쉽다. 엄마 대상 받았다. 제주도에 자주 못가 죄송하다. 강아지도 이상한 거 먹고 죽을 뻔 했는데 다시 좋아졌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사인해줄때 꿈이 뭔지를 물어보고 '~가 돼라'라고 써주는 데 많이 아픈 친구에게는 써줄 말이 없어서 네잎 클로버를 그려줬다. 클로버는 원래 잎이 세 개인데, 생채기가 나면 그 곳에서 잎이 나 네 잎이 된다고 하더라.(그래서 행운의 상징이 되는 거다) 다들 행운이 있는 2024년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상 소감은 맥락이 없는 듯하면서도,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다.

기안84는 MBC 일요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프로그램을 빛냈다. '태계일주'는 기안84 없이는 성립되기 힘든 여행 콘텐츠다. 남미, 인도, 마다가스카르를 다녀왔다. 경쟁사에서 '태계일주'보다 더 심한 개고생 여행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기안84는 말장난 예능의 시효를 끝낸 예능인이다. 뿐만 아니라 찐 리얼리티의 강세를 확인해준 셈이다. '연프'(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소비도 '빌런특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나는 솔로' 16기 이후부터는 확연하게 확인되는 게 있는데, 도파민(즐거움, 흥분, 행복감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다. 기안84가 여행지에서 아무데서나 앉고, 누워도 진짜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생고생’이 포인트가 아니다. ‘진짜’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기안84와 덱스가 인도의 젊은 친구들과 레슬링 경기를 펼치고,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지인들과 복싱 시합을 한 것, 기안84가 갠지즈강에서 배를 타다 만난 인도 사람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하객중 가장 잘 놀고 돌아온 것 등은 모두 찐 리얼 기조에서 나온 상황이다. 이는 그의 최고의 강점이다. 여행에서 기안84의 최강점은 현지에서 스며들기다. 완벽하게 현지화되는데, 10분도 안걸린다.

요즘 예능에는 기안84 같은 ‘룰 브레이커’가 필요한데, 기안84는 예능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연말 시상식에서도 룰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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