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도 옛 얘기” 은행 고객 36%는 돈 생기면 ‘대출 상환’[머니뭐니]
2024-01-04 08:43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안내문.[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여유자금을 투자가 아닌 대출 상환에 할애하는 금융 소비자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빚투·영끌 등을 통한 자산 불리기가 성행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대출금리 수준이 급격히 오르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4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만 20~64세 금융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담겼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 발췌.

보고서에 따르면 돈이 생기면 대출을 우선 상향하겠다고 답한 금융소비자의 비중이 36%로 ‘빚투·영끌의 자산 증식’을 선택한 비중보다 1.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생기면 저축·투자보다 대출을 상환하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도 55%로 과반이 넘었다. 이에 반대하는 응답은 12.3%에 불과했다.

대출 보유자 중 최근 1년 내 대출을 일부 혹은 전액 중도 상환한 비율은 61.1%로 절반을 넘었다. 보고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출 레버리징(차입 투자)을 통한 자산 증식이 유행했지만, 올해는 투자보다 대출 상환을 먼저 고려하는 디레버리징(차입 청산)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 발췌.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의 저축 및 투자 여력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가구소득에서 고정/변동지출 및 보험료, 대출상환액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저축 가능액으로 간주할 때, 가구소득에서 저축 가능액(저축여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1%로 지난해(30.9%)와 비교해 줄어들었다.

특히 50% 이상 저축여력이 있는 비중은 같은 기간 25.1%에서 28.1%로 늘어났다. 하지만 저축여력 30~50% 미만 구간은 29.9%에서 24.4%로 5.5%포인트 감소했다. 보고서는 “금융소비자의 재정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 재정이 양극화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 발췌.

금융소비자들은 2024년 가계 재정 또한 2023년과 같은 거라고 내다봤다. 대출부담 등 가계재정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변화없음(비슷)’을 택한 비중은 50.7%로 과반이 넘었다.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비중이 35.9%로 뒤를 이었으며, ‘악화’를 전망한 비중은 13.4%에 불과했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는 투자보다 저축 자산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금융자산 중 수시입출금·예적금 비중은 2023년 기준 45.4%로 지난해(40.3%)와 비교해 5%포인트가량 늘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4’ 발췌.

일반적으로 저축자산 비중은 금융자산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3000만원 이상 자산 보유층 중에서도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지속 상승하며, 저축자산을 활용한 자산운용이 활발해진 결과다.

금융자산 중 투자·신탁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23.4%에서 26.1%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고자산가층에서 투자자산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자산 1억원 미만 금융소비자층에서는 투자·신탁의 비중이 소폭 줄었다. 하지만 금융자산 5억원 이상 금융소비자의 경우 1년 새 투자·신탁 비중을 23.2%에서 40.9%로 대폭 확대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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