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선박 엔진(왼쪽)과 한화가 인수한 HSD엔진의 선박 엔진. [HD현대중공업 제공 및 HSD엔진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해양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엔진 선점을 놓고 HD현대와 한화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대형 엔진(선박·발전용 등 포함) 중 이중연료(DF)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4%로 역대 최대다.
DF 엔진은 기존 연료인 디젤과 별도로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이다. 선박 운항 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DF 엔진을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대형 DF 엔진 중 액화천연가스(LNG) DF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이다. 메탄올 DF 엔진 비율은 18%이다. 나머지는 액화석유가스(LPG), 에탄올 등이다.
한화임팩트가 인수한 HSD엔진도 친환경 엔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SD엔진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에 설치될 메탄올 DF 엔진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HSD엔진이 수주한 선박 엔진 중 DF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이다. DF 엔진 활약에 힘입어 HSD엔진이 확보한 수주 잔고만 2조8469억원(지난해 3분기 말 기준)에 달한다.
탈탄소 규제가 대두되면서 DF 엔진 수주가 늘어난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2030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이에 선사들은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선박에 친환경 엔진을 적용해야 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선사들이 LNG추진선을 대량으로 발주한 점도 DF 엔진 수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HSD엔진은 규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이전부터 DF 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12년 덴마크 만디젤앤터보와 함께 세계 최초로 LNG DF 엔진을 개발했다. HSD엔진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선박용 DF 저속엔진 상용화에 성공했다.
DF 엔진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머스크, CMA-CGM 등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약 200여척의 메탄올 추진선 발주 및 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안성찬 HD현대중공업 상무는 지난달 열린 2023 석유 콘퍼런스에서 “배터리에 의해 대형 선박이 움직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디젤에서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 게 (탄소 배출 감축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HD현대, 한화가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선박 DF 엔진 시장에서도 양사의 주도권 다툼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선박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2월 HSD엔진 인수를 결정했다. HSD엔진은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에서 1위 HD현대중공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35%)과 HSD엔진(20%)의 점유율 격차는 약 15%포인트이다.
한화가 추격하자 HD현대도 곧바로 따돌리기에 나섰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말 STX중공업 인수를 발표했다. 한화의 HSD엔진 인수 발표 이후 약 5개월만에 이뤄진 일이다.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에서 약 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STX중공업은 친환경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TX중공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HD현대중공업과 HSD엔진 간 점유율 격차는 15%포인트에서 약 20%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HD현대중공업, HSD엔진이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암모니아 엔진이다. 암모니아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이다. 현재 암모니아 엔진을 상용화한 업체는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시장 선점을 위해 독일 만에너지솔루션, 중국 윈지디와 협력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HSD엔진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함께 암모니아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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