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경제수석, 산업은행 회장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근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춘섭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기획재정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태영그룹에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요구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도 담보로 내놓는 동시에 오는 4월 2차 협의회 예정일까지 태영건설 운영자금도 마련해 태영 측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8일 수출입은행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과 금융당국 수장 회의체인 ‘F(Finance)4+α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선 태영그룹 측의 추가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33.7%)도 담보로 내놔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태영그룹은 산은에 제시한 4가지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4가지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다만 당국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하지만 신청 하루만인 29일 태영건설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일부(윤세영 창업회장 딸 윤재연씨 지분 513억원) 지원을 거부했고, 태영건설이 아닌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해소를 위해 890억원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후 채권단은 강하게 항의하며 “워크아웃 개시가 안될 수 있다”고 압박했지만, 태영 측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지난 주말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고 자구안 확약 및 추가 대안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영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하는 것”이라며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지원하기 어렵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후 태영 측은 금융감독원 등과 접촉하며 기존 자구안 실행에 합의했다.
태영 측은 한발 물러섰지만 당국과 채권단이 요구해 온 추가 자구책은 내놓지 않았다. 당국과 채권단은 윤석민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33.7%)도 담보로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뿐 아니라 2차 협의회 예정일(4월 11일)까지 태영건설이 버틸 수 있는 운영 자금도 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운영 자금은 지난해 매출(2조5000억원)의 약 20% 수준인 5000억원 가량이다.
정부는 이날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시장 안정 및 건설업 지원, 수분양자·협력업체 영향 최소화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국은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인 시장안정조치를 필요시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겠다”며 “수분양자·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신속 해소하고, 사업장별 공사 현황, 자금조달 상황 등을 밀착 관리하기 위해 관계기관 일일점검 체계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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