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첫발 디뎠지만…성공 위해선 적극적 추가 사재출연 필요
2024-01-09 15:38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의 충실한 수행 등을 약속하면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에 한발 다가갔지만, 경과에 따라 적극적인 추가 사재 출연이 필수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대부분 채권자들은 워크아웃 성공의 열쇠의 대주주의 노력을 꼽았다. 대주주가 무한한 노력과 희생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실제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실체적으로 보면 ‘워크아웃 경과에 따른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추가적인 사재 출연’이 필연적이다.

2009년 워크아웃이 개시된 동문건설의 경우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위해 결국 최초 자구계획안의 약 2배에 달하는 870억원의 사재 출연을 감내해야 했다. 대주주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이에 동문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연쇄 부실에 부딪친 여러 건설업체 중 유일하게 자력으로 10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게다가 미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영 측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현재 수주잔고는 12조원이고, 향후 3년간 연 3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건설수주 잔고가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 매출 핵심으로 꼽히는 수주 잔고 감소세는 불안 요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건설 수주액(경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4% 감소했다.

최초 자구계획은 말 그대로 최초일 뿐 앞으로 어느정도의 재원이 필요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셈이다. 워크아웃에 성공한 동문건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고(故)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478억원을 내놨다. 골프장과 자회사 르네코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이를 시작으로 사재 출연은 계속됐다. 경 회장은 2019년 5월 워크아웃이 종료될 때까지 총 870억원 가량의 사재를 출연했다. 워크아웃 기간은 약 10년에 달했다.

전례를 봐도 대규모 사재출연은 필수적이다. 현대건설의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지난 2000년 3700억원을 내놨다. SK네트웍스는 최태원 SK 회장이 2007년 1200억원 규모 워커힐호텔 주식을 전량 무상 출연했다. 201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에서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2200억원을 지원했다.

태영그룹도 이를 일단 인정하는 모양새다. ‘대주주가 지분을 모두 걸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티와이홀딩스는 물론 SBS 주식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는 등 논란이 일어났던 최초 태도에서 선회했다. 남은 잔액 890억원은 전날 태영건설에 납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날 “부족할 경우에는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 태영 측에서는 SBS 지분 담보 규모에 대해 ‘필요한 수준 만큼’이라고 표현했다. 전부 다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의지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