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입당식을 가진 이상민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신현주 기자] 22대 총선 공천을 앞둔 국민의힘에서 지난해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띄운 ‘영남권 중진 희생론’이 흔들리고 있다. 6선을 지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출마로 기운 데 이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5선의 이상민 의원을 영입하면서다. “출마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하셔야 한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과 함께, 지난해 ‘연판장 사태’로 비판받은 초선들이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여권에서는 최근 이상민 의원의 영입을 놓고 “지도부 스스로 중진 용퇴론의 힘을 뺐다”는 말이 나왔다. 부산 중·영도구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출마를 검토하고, 경북 경산에서 4선 의원 출신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선거운동에 나선 데 이어 지도부까지 다선 중진을 영입하며 중진 용퇴론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와 최 전 부총리는 지역 맹주로 출마할 경우 당선이 유력하다는 게 여권 주류의 시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대로면 22대 국회에서 7선, 6선 의원들이 생기는 것”이라며 “상황이 이런데 어떤 중진이 ‘내가 희생하겠다’고 선언하겠냐”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희생 요구에도 중진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 3선 이상 중진은 32명이지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3선의 장제원 의원 1명뿐이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은 초선이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선수나 나이를 기준으로 무조건 물갈이 대상에 올리는 건 지역 정치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현실적으로 중진 물갈이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비대위 전환으로 교통정리를 위한 사전 교감작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갑자기 불출마를 강요할 경우 반발이 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역에서 대체 불가능하거나, 10% 안팎의 조직표를 움직일 수 있는 인사들을 잘못 배제할 경우 일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이기는 공천’을 강조한 한동훈 위원장의 메시지도 눈길을 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과 3일 “이기는 공천을 하고, 과정이 공정하고 멋있어 보이는 공천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를 하셔야 된다”며 “불출마 자체가 어떤 미덕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인적 쇄신의 칼날이 국민의힘 현역의원의 절반에 달하는 초선(60명)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는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비판하는 연판장 사태, 김기현 전 대표의 거취 압박을 초선이 나서 방어한 텔레그램 사태로 논란을 부른 초선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원희룡·남경필·정병국 등 초선 소장파들이 개혁에 앞장섰던 과거와 달리, 대다수의 초선이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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