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대한민국 반도체 백년대계
2024-01-17 11:18


해마다 새해가 되면 수출 전망과 목표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수출 70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 평균 19억2000만 달러이다. 50여년 전인 1973년 연간 수출액이 32억3000만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50여년전 1년치의 수출을 단 이틀만에 하는 나라로 발전한 것이다.

눈부신 성장 뒤에는 선각자들의 ‘백년대계’가 있었다. 1973년 1월 ‘중화학공업화 선언’을 계기로 정부는 창원·여수·반월·시화 등지에 중화학공업단지를 구축했다. 1983년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진출 선언을 시작으로 반도체 ‘기흥밸리’가 착공 6개월만에 가동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성장한 기업들은 50여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 1973년 407달러인 1인당 국민소득을 2022년 3만2886달러로 80배 끌어올리며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렸다.

지난15일 정부는 ‘백년대계’를 완성할 세계 최대·최고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메가 클러스터는 축구장 3000여개 면적의 산업단지에 반도체 기업들을 집적하고 서로 협력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반도체 제조공장 13개, 연구팹 3개가 새로 들어선다.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반도체 제조기업에는 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고, 우리 경제에는 650조원 이상의 생산유발과 346만개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장비 기업도 향후 25년간 204조원 이상의 매출 증대와 4만명 이상의 고용 확대가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이 민생을 더욱 따뜻하고 활기차게 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11년 연속 우리나라 수출의 1위 품목으로 전체 수출의 16%를 차지한다.또 제조업 투자 43%,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각각 담당하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안보자산으로 미래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산업이다.

하지만 우리 반도체에 대한 도전도 거세다.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EU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법을 제정해 반도체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대만은 신주과학단지와 그 주변을 묶어 ‘대(大)실리콘밸리’를 조성하고 있고, 일본은 구마모토현을 반도체 재건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공사’로 속도전에 임하고 있다. 총성없는 반도체 전쟁이 진행 중인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가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자 안보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이러한 물량전, 속도전에서 모두 경쟁국을 압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국가 역량을 총 동원할 계획이다. 10GW 이상의 전력과 하루 110.8만톤의 용수 등 필요한 인프라는 정부가 책임지고 적시 구축한다. 반도체 예산은 2배 늘리고, 연간 8조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반도체 특성화대학 및 대학원을 11개에서 금년에 24개로 2배 이상 확대하고, 기업들도 계약학과 3개를 신설해 최고의 반도체 인재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다음 푸른 용의 해는 2084년이다. 올해 태어나는 용띠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 있을 시기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그들이 살아갈 대한민국 백년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백년대계’임을 확신한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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