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보고 웃다니" 롤스로이스男 태도에 판사도 분노…징역 20년 선고받은 이유
2024-01-24 23:50


약물을 복용한 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 씨[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해 8월 서울 압구정에서 마약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가해자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체포 순간 피해자를 보고 웃는 등 뉘우치지 않는 태도가 중형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도주치사) 위반 등 혐으로 기소된 신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약물 운전으로 피해자가 사망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비롯한 마약 투약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피부과 치료를 빙자해 상습적으로 케타민, 프로포폴 등을 투약하고 곧바로 운전을 해왔다. 중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범행 직후 (마약류를 투약한) 성형외과를 찾아가는 등 증거인멸에 급급했으며,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신 씨가) 끝까지 범행을 인정한다든가 잘못을 다 뉘우친다든가 하는 입장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연락이나 만남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이날 성토했다.

신 씨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피부과에서 수면 마취 시술을 받은 후 오후 8시께 병원을 나와 운전을 하다 피해자를 차량으로 충격했다. 최초 충돌 이후 급가속과 후진을 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 구조를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며 20년을 구형했다.

쟁점은 신 씨가 사고 당시 도주 의도를 가지고 현장을 이탈했는지 여부였다. 신 씨는 최초 사고 발생 직후 약 6분이 지났을 무렵 차량에서 내려 본인이 나온 병원으로 향했다. 검찰은 신 씨가 도주를 시도했다고 봤으나 신 씨측은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었으며 스스로 복귀해 경찰에 사고 차량 운전자임을 진술했다며 도주 의사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신 씨가 이탈한 시간이 약 3분 정도로 짧지만 이 역시 도주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도주는 사고현장을 이탈해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라며 “여러 명의 목격자에게 자신의 신분이나 이탈 이유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 3분 만에 돌아왔다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이탈할 당시 이미 다른 시민의 신고로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다급히 의사를 데려올 필요도 없어 피고인의 주장을 납득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유가족측 법률대리인인 권나원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사의 구형량을 참작해서 선고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검사의 구형량이 (20년보다) 높았다면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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