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기, 인텔·AMD 등 서방 반도체로 만들어졌다”
2024-01-26 10:15


우크라이나 쿠판스키 지역에 주둔한 러시아 군이 공격용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 [타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러시아가 지난해 10억달러 이상의 서방 첨단 반도체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를 피해 중국과 튀르키예 등 우호국을 통해 우회 수입된 반도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이는 미사일과 드론 등 무기 제작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25일(현지시간) 단독으로 입수한 러시아 관세청 기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9월 러시아에 수입된 반도체와 집적 회로 절반 이상이 미국과 유럽기업에서 제조됐다고 전했다.

세관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첫 9개월 동안 총 17억달러의 반도체를 수입했으며 이중 12억달러는 총 20개 서방 대기업에서 생산했다. 여기에는 인텔,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AMD), 아날로그 디바이스 등 미국 업체와 인피니온, STM, NXP 등 유럽 업체가 포함돼 있다.

또한 여기에는 대만의 리얼텍(Realtek) 과 같은 아시아 제조업체도 일부 포함됐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 업체들이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를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데이터에는 누가 러시아에 제품을 수출했는지, 어디서 선적됐는지, 언제 제품이 제조됐는지는 나와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고 제재 요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재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 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설명이 사실이라는 가정 아래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낮추기 위해 첨단 기술 공급을 중단하려는 미국과 유럽 연합(EU)의 노력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서방 업체가 제조한 반도체를 입수한 러시아는 이를 미사일과 탱크 등 무기를 계속 생산하는데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부분 제재로 제한된 기술들은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포함한 제3국에서 재 수출을 통해 러시아로 유입된다”면서 “미국과 EU는 무기 제조에 중요한 이중 용도 첨단 물품이 이러한 경로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은 각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 전세계에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한 뒤 이들 제품이 어디로 판매되는지 항상 추적할 필요가 없다는 게 문제다.

키이우 경제대학은 이달초 러시아가 지난해 1~10월 87억달러 7000만달러의 군수품을 수입해 제재 이전과 비교해 10% 감소한 반면, 보다 광범위하게 정의된 핵심 방위 산업 부품 수입은 222억 30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중 약 32.8%가 우크라이나의 동맹국에 위치한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이 대학은 “매일 키이우와 다른 도시를 공격하는 무기에서 외국 부품이 계속 발견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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